복통은 무서워
오랜만에 남편과 초밥을 시켜 먹었다. 난 스테이크 초밥을, 남편은 스페셜 초밥을 시켰다. 남편과 나는 초밥을 나눠먹으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그런데 먹을 때는 즐거웠으나, 먹고 나서가 문제였다. 잠을 청하고자 침대에 누운 밤 12시경, 배가 미친 듯이 아팠다. 참다가 결국 12:30에 일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어렸을 때 원래 잘 체하긴 했는데, 체한 것 이상의 통증이었다. 화장실에 가서 설사를 하고, 구토를 했다.
다시 나와 소화제를 하나 먹었는데 통증이 잡히기는커녕, 참을 수 없는 통증에 한 발자국 걸어 나갈 수 없었다. 기어가다시피 화장실에 갔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았다. 남편은 내일 중요한 감사가 있다고 해서 남편을 깨우지 못하고 차키를 찾았다. 잠바를 주섬 주섬 입고, 차키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주차장으로 가서 시동을 켰다. 네비가 되었다 안되었다 해서 늘 불안한데, 다행히 네비가 작동해 주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운전을 했다. 병원을 가는데,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고통스럽던지. 정말 배가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운전하면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내가 왜 이리 아등바등 살았을까?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으로 복도에서 주저앉던 기억이 오버랩된다. 왜, 나는? 무엇을 위하여? 애씀이 이렇게 몸이 축남으로 돌아오다니, 화가 나기도 한다. 내 생명을 내가 장담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서럽다. (너무 나갔나?ㅎㅎ)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왠지 말씀하시는 것 같다.
‘너가 네 자신을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내가 널 지키고 있잖니.’
눈물이 났다. 결국 내가 공부를 했던 것도,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이 세상에서 애썼던 것도 내가 나를 지키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날 만드신 창조주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지키고 돌보시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힘들 때 제일 생각나는 분은 하나님인 듯하다.
드디어 병원 도착! 약 2시경이다. 병원에 환자분들이 많아 대기실에 앉아 기다려야만 했다. 아픈 환자분들이 많아 의료진이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아프신 분들이 다 잘 회복되시길... 드디어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혈압을 재신다. 난 원래 저혈압인데 혈압이 100, 140까지 올라갔다. 맥박수는 47.
임신 가능성이 있어 소변검사를 하고, 임신이 아니어서 진통제, 진정제, 수액을 처방받았다. X-ray도 찍었다(내 생각에는 X-ray를 굳이 찍어야 하는지 의문이었지만, 난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니까.) 진통제가 주삿바늘로 들어오자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휴... 살 것 같다. 바늘의 뾰족한 통증이 가끔 따끔따끔하는 게 느껴지는 걸 보면(바늘이 커서 아플 거라고 했다) 복통은 잡힌 것이다.
소변에도 염증이 있고, 피검사 결과 췌장 수치가 높다고 한다. 나중에 소화기과를 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증상이 장염이라 장염 처방을 받았다. 얼른 집에 가고 싶지만 수액을 맞아야 했다. 환한 응급실 조명에 잠을 자기 어려워 잠바를 뒤집어썼다. 아빠가 아프실 때, 응급실에 같이 있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아빠께서 많이 아프셨는데, 아.. 아프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쏟아진다.
수액을 반 정도 맞았을 때,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집에 가셔서 쉬셔도 된다며 약을 챙겨주시고 링거를 제거해 주셨다. 그렇게 해서, 새벽 4시경 집으로 향했다. 라디오를 트니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드는 생각은, 결국 내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함께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그분이 날 사랑하시고, 날 위하시니, 그 사랑 안에 평안을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