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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Oct 07. 2022

낡은 동네 수원 행궁동이 브랜드가 된 이유

젊은 상인들이 다시 만든 젊은 동네

'~리단길' 이라고 불리는 작은 동네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작은 동네였다가 젊은 예술가들이나 젊은 상인들이 들어와 동네 자체를 부흥시켜 트렌디한 동네로 만드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비슷한데 안타깝게도 결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거나 다른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으로 인해 동네를 부흥시켰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 다시 발길이 끊어지는 동네로 돌아가는 겁니다. 


수원의 행궁동은 전자에 해당하는데요. 행궁동이 어떻게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게 되었는지 살펴볼게요.



낡은 성안마을 수원 행궁동이 브랜드가 된 이유 


 행궁동의 지리적 위치 

행정상 수원에는 행궁동이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하지만 수원사람들은 행궁동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신풍동, 장안동, 남창동 등등 수원 화성(華城) 성안(城內) 마을을 모두 행궁동이라 부르는데요. 수원의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행궁동의 흑역사? : 199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
재개발이 묶여 주민들이 떠나간 낡은 동네 

행궁동의 지리적 위치는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1997년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가 높아졌지만 각종 건축 규제와 재개발 제약 등으로 실거주자들은 큰 불편을 겪으며 빠르게 이주해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2010년대가 될 때까지 빈집과 유휴공간이 늘어날 정도로 낙후되어갔습니다. 



예술가들의 마을로 부흥의 시작 :행궁동 사람들 2013년 ~ 

많은 주민들이 행궁동을 떠나갈 때 남아있던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거나 예술가들이었습니다. 행궁동의 예술가들은 '행궁동 사람들'이라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문화 자원이 풍부한 행궁동의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하며 예술 특히 미술이란 매체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에 수원시가 생태 도시 조성 사업을 지원하며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빈집 미술관 전시회, 거리 조형물 설치, 간판 정비, 나혜석 생가거리 미술제, 행궁동 레지던시 오픈 등 예술 창작 활동을 다양한 방향으로 개최해 본격적인 예술가의 마을로 진화시켰습니다. 



행리단길의 시작 : 2017년 ~ 
젊은 상인이 다시 만든 젊은 동네

이제 공공기관과 예술가들이 만드는 동네만으로는 지역발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죽은 골목 상권을 키우기 위해서는 젊은 상인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골목 상권은 일반적으로 문화 자원이 풍부하고, 임대료가 싼 지역에 한 가게, 즉 '첫 가게'가 들어가며 시작되는데요. 행궁동에서는 그 물꼬를 튼 가게가 "정지영 커피로스터즈"입니다. 성곽길과 사대문을 바라보며 즐기는 카페라는 행궁동만의 유니크함을 무기로 정지영 카페는 오픈하자마자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고 그 뒤를 따라 다양한 카페와 소품샵, 레스토랑이 빠르게 생기며 행리단길이라는 행궁동 상권을 형성해 나갔습니다. 젊은 창업가과 민간 업체의 자생적인 경쟁으로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행궁동

동네에도 생명력이 있습니다. 죽어가던 행궁동은 2013년과 2017년을 기점으로 두 번의 큰 진화를 이루었는데요. 앞으로 행궁동은 어떻게 될까요? 세계문화유산까지 지정된 천년 역사도시의 수원화성라는 공간의 문화자산 때문에 행궁동은 앞으로도 관광객을 부르는 힘은 지속될 겁니다. 하지만 지루한 도시재생만 계속되고 그에 응하는 동네의 상권과 예술적 가치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몇 년 전의 낡은 동네처럼 빈집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 지도 모릅니다.


행궁동에 가면 화성행궁이나 수원 화성 성곽길을 둘러보는 문화역사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0개가 넘는 카페와 공방들을 즐기고 체험해 볼 수도 있고요. 오래된 한옥과 양옥이 뒤섞인 낡은 동네를 거닐다 보면 화성어차라는 관광버스도 지나갑니다. 몇 년 뒤에는 마을 전체를 관통하는 트램 전철이 들어올 예정이기도 하구요.

주민인구는 불과 1만 명 남짓에 불과하지만 역사를 함께 누리고자 찾는 관광객, 그리고 젊은 감각의 상권, 수원시의 지원이 있다면 앞으로의 행궁동도 조화로운 발전할 것 같습니다.



소스

http://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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