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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윤 Jul 27. 2021

¿자기야, 내가 해변에서 상의 탈의하면 어떨 거 같아?

옷을 벗어도 되는 권리

또림비아(Torimbia) 누드비치. 우리커플은 옷 다입고 놀았다

남자친구와 스페인 북부 '또림비아(Torimbia)'라는 '누드비치'에 간 적이 있다. 내가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알베르또, 내가 여기서 상의 탈의하면 어떨 거 같아?"


 남자친구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내가 이 질문을 한국 사람에게 물었다면 피드백이 어땠을지 잠시 생각해봤다..... "미쳤어...?"라는 말을 안 들으면 다행일 거다. 남자친구뿐 아니라 한국의 동성친구, 가족이었어도 비슷한 반응을 받았을 테다.


'옷을 벗어도 되는 권리'

 스페인 마드리드 출생인 알베르또는 어렸을 때부터 누드비치(누디즘; nudista) 문화가 익숙했다고 한다. 스페인에만 440개가 넘는 누드비치가 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심지어는 누디즘 해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법인단체도 유럽 전역으로 퍼져 있다.(naturismo.org)

스페인의 440여 개 누디즘 해변 위치(출처:naturismo.org)


 이들은 '옷을 벗을  있는 권리/벗어도 되는 권리' 유지, 보호하기 위해 구성되었다고 한다. 스페인뿐 아니라 다양한 유럽연합국가들의 누드비치 수천 개와도 정보가 연계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누디즘과 유사 동의어로 'naturista(자연의, 자연주의)' 함께 쓰고 있다는 것이다. 옷을 벗은 상태가 우리의 원시 모습이고 이로 회귀하고자 하는 철학을 갖고 있는 듯한데, 해양 문학가인 하동현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일조량이 적은 독일에서, 1 세계대전 이후 ‘자연과의 동화 기치로 옷을 벗어던지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나체주의(裸體主義-Nudism) 태동했다고 한다. 알몸으로 세상에  아담과 이브처럼, 자연적인 순수함을 추구한다는 철학에 근거하여 자연주의(自然主義-Naturalism) 같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어쨌든 '옷을 벗어도 되는 권리'라....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왜 남의 시선부터 신경 쓸까

애초부터 한국인 정서로는 해변가에서 나체로 있어도 된다는 옵션이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내가 속한 집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수는 없지만, 한국은 유독 남의 시선 의식이 지나친 듯하다.


참고로 남자친구 알베르또는 위에서 던진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니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답을 듣고 나서 보니, 새삼 내가  남자친구 의견부터 먼저 물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지 여부보다 그의 의중, 시선이  중요했다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한국인의 연애관은 서로에 대한 구속을 기본으로 삼고 는 게 아닐까 싶었. 나조차도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예전 (한국) 연인들과는 상대적으로 종속되는 느낌으로 연애를 했던  같다.


어쨌든 누드비치가 있다는 , 그리고 옷을 벗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 그리고 그들의 철학과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 그게 결국엔 유럽(스페인) 문화이고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는 사회의 모습인  같다. 참고로 내가 갔던 누드 비치모든 사람들이 벗고 있는 에덴동산의 풍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의를 벗은 사람, 상하 탈의 모두다  사람,  입고 있는 사람 모두가 서로에게 딱히 주목을 주지 않고 그들의 존재를, 행위를 존중해주고 있었다.(정확하게 말하면 서로에게 딱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이 말이 이렇게나 여러 이슈를,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말일 수 있을까.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밖에는 많이 존재한다. 그걸 인지하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새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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