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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윤 Dec 05. 2020

¿어떻게 안주를 공짜로 주지?

타파스를 공짜로 주고도 장사가 되는 비밀

사람들이 그라나다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알람브라 궁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노래 속

기타소리.

착한 안달루시아 사람들.

저렴한 물가.


무엇보다, '공짜' 타파스 문화.


1음료 1타파스를 주는 안달루시아(그라나다, 하엔 지역 중심)의 타파스 공짜 문화는 사실 그라나다 현지인의 도움이 없다면 '스며들기'가 힘든 문화다. 다들 들어보고는 왔는데, 샤이(shy)한 한국인이라면 어떻게 주문하고, 어떤 에티튜드를 취해야 하는지를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라나다의 타파스 문화를 모르는 채로 그라나다를 판단하기 일쑤다.


근데 어떻게 '공짜로' 술안주를 주는 게 가능한 걸까? 현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공짜로 줘도 결국에는 남는 장사란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아래의 내용은 현지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내가 느꼈던 점들을 가미하여 쓴 것으로, 실제 운영 또는 경영 상 이론과는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둔다. / 참고로 스페인 북쪽지방은 타파스를 '핀초(pincho)'라고 부른다.)

그라나다 각종 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타파스들
최대한 로컬 음식/재료를 활용하는 스페인 사람들

스페인에서는 안달루시아를 포함해서 스페인 전역이 타파스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원래 타파스의 뜻은, 바다로 나가는 선원들이 배 타기 직전에 까냐(작은 크기의 맥주)와 함께 배를 채울만한 한 줌의 반찬 종지를 컵 위 뚜껑(TAPAS; 타파스)처럼 얹어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얹어준 반찬(소량의 음식들)들이 모두 그지역에서 나는 해산물, 채소, 고기 등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스페인 전역에 타파스를 제공하는 바/식당들은 자국 내에서 나는 농산물 및 재료들을 사용하여 만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산지 표시가 된 것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중국산, 미국산, 혹은 최근에는 남미 쪽의 재료들을 많이 '수입'해서 쓴다. 한우와 같은 한국에서 난 우리 농산물을 먹으려면 비싼 게 현실이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로컬 재료들이 너무 당연하고, 수입하여 쓰는 재료의 비율이 낮다. 로컬 재료들만으로도 충분히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상품/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타파스를 '공짜로' 나누어 주더라도 (음료판매 비용을 함께 고려했을 때) 큰 손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서 먹는 문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앉아서' 먹는 문화이다. 서서 술을 먹거나 음료를 마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인 마냥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스페인은 다르다. 스페인은 특히 사람들이 서서, 즉, 언제든지 행동반경을 넓혀가며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밥/음료를 먹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특히, 이렇게 서서 먹는 문화는 식음료 장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한 규모의 경제를 가져다준다. 테이블이 5개인 식당은 5개의 손님 단위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한국에 비해, 스페인은, 테이블이 5개여도 컵을 놓을 수 있는 선반만 있으면 기본 수용력의 2배 이상(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많게는 3-4배까지)의 손님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명의 손님으로부터 고정으로 받는 음식/음료 가격보다, 10명은 앉아서, 20명은 서서 먹음으로써 발생하는 이익들이 쏠쏠한 것이다.

그라나다의 타파스들
아예 안 시키는 사람은 있어도, 1잔만 시키는 사람은 없다?

타파스를 제공하는 바에 들어가면, 첫 음료는 모두가 시킨다. (물론 안 시키는 사람도 있고, 그거에 대해 술집측에서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우선 기본적으로 스페인은 맥주의 크기 다양성이 매우 다양하다. 최소 3개, 많게는 5~6개로도 크기가 다양화되어 있다. (제일 작은 사이즈(caña; 까냐)를 제일 선호하는데, 가격의 경제성을 떠나서 제일 작은 사이즈에서 서브되는 맥주 비율이 가장 조화롭고 맛있다는 현지인들의 주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작은 사이즈로 시작하기만 하면, 부족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 하나 더 작은 사이즈로, 그러다 보면 여러 잔의 음료(특히 알코올)를 시킬 수밖에 없다는 심리적인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보통 그라나다의 로컬 바에서 까냐 한잔을 2유로 정도로 파는데, 추가로 까냐 1잔 더, 혹은 그 이후에 병맥주로 먹는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7~10유로(원화로 1만 원~1만 3천 원)는 기본으로 소비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도매가격'으로 책정된 작은 소량의 '반찬(타파스)'들을 나누어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점에서 김치를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 셈이다.

그라나다의 타파스들

나는 그라나다를 생각하면 타파스 문화의 매력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그것이 공짜로 주기 때문인 이유는 아니다. 그 타파스 문화를 함께 즐기면서 만난 사람들, 타파스 문화를 함께 즐기면서 즐겁게 보냈던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익창출 여부를 떠나, 또 공짜로 음식을 준다는 판단을 떠나, 스페인에 이렇게 타파스 문화가 일반화되고 스며들 수 있었던 이유는 스페인 사람들의 열린 마음, 문화 때문이 아닐까.

그라나다 타파스 문화를 즐기고 있는 우리들 (왼쪽 위부터 출연진 부모님, 룸메 마리아, 톨스튼&아나, 그라나다 어학원 친구들 그리고 나의 남자친구 알베르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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