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운 게 김치 담그기

이렇게 사랑이 이어지나 보다

by 명랑한쭈

딸 셋 중 둘째.

외할머니가 혼자 사셔서 중학교 때부터 나는 할머니 댁에서 살았다.

실은 엄마도 힘들고, 아빠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신 셈이다.


할머니는 굉장히 여장부셨다

부지런하셨고 인심이 좋아

늘 할머니 집은 아줌마들의 아지트였었다

할머니는 툭하면 김치를 담그셨다

옷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셨는데

오전에 김치를 절여 놓고

점심시간에 잠깐 오셔서 뒤집어 놓고

저녁에 오셔서 버무리는 걸 늘 하셨다

근데 그걸 내가 하고 있다


일요일인 오늘 아들이 좋아하는

오이김치를 담그고

내가 좋아하는 열무김치를 담그고

하루 종일 주방에서 머물러 있었다

문득 할머니가 생각났다


나의 친 외할머니가 아니지만

새엄마의 엄마니까 따지고 보면 나는 남이었다

그래도 나를 참 예뻐해 주셨다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엄청 우신 것도 기억이 났다


김치를 많이 담가서

여기저기 나눠주시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서

나중에는 내가 손도 안 댄 기억도 난다


나도 나이가 드나 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슬픔

오늘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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