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
코로나로 인해 한참 동안 가지 못했던 어린이집. 아이는 오랜만에 엄마, 아빠와 같이 등원을 했다. 가는 길은 언제나 희로애락이 함께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이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빠. 준비. 시. 작!"
그리고 우리는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는 어느 정도 달리다 멈춘다. 그리고 대답은 둘 중 하나다.
아이가 먼저 목적지까지 도달하면,
"아빠, 내가 이겼지?"
아빠가 먼저 달려가면,
"아빠! 왜 이렇게 빨리 가!"
그리고, 울먹울먹 한다.
우리는 항상 이야기한다.
"지현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끝까지 달려보자~!"
아이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게 멋진 거라고.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멋지다고 알려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쉼 없이 뛰고 멈추길 반복하고. 중간에 눈 놀이하자고 해서 멈추고. 그러길 수십 번. 1킬로도 안 되는 어린이집의 거리는 마라톤 코스보다 긴 것 같다. 그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잘 인도하고 돌아오는 길. 와이프가 내게 얘기한다.
"그런데, 나 궁금한 게 있어. 왜 어린이집 앞에서는 혼자 문 앞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가있는 거야?"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같이 어린이집까지 가고 선생님이 안 보이는 곳에 혼자 서 있었을까. 그리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아빠가 와서 불편해할까 봐?"라고 대답했다.
"그럼, 지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가 같이 왔는데, 갑자기 아빠가 안 보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빠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듣고 보니 그렇네. 나는 왜 숨었던 걸까. 왜일까? 그리고 사실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아이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으면서, 난 왜 아이를 피했던 거지?
사실 이 대화를 하면서 나는 굉장히 놀랐다. 나는 그런 행동을 하면서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질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걸 환기시켜준 와이프에게 감사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하나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