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분수대에서 웃던 날

내일의 추억은 오늘의 평범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by 윈플즈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던 어느 여름, 동네 공원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큰아이는 일곱 살, 작은아이는 세 살이었다. 아직 어린 두 녀석은 달리기만 해도 금세 숨이 차고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 힘겨움조차 놀이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공원에는 잔디와 나무가 어우러져 있었고,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벤치, 그리고 여름이면 아이들의 성지로 변하는 작은 분수대가 있었다.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며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마다, 아이들의 눈빛도 그만큼 빛을 더했다.


그날은 원래 물놀이 계획이 없었다. 평소처럼 단순히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놀다 오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분수대에서 물이 솟구치는 걸 본 아이들은 그대로 달려가 버렸다. 옷이 젖을까 걱정하는 건 어른들의 몫이었다. 아이들은 그 순간의 즐거움을 참을 수 없었고, 나와 아내도 결국 그 웃음을 말릴 수 없었다. 준비해 온 여벌 옷도 없었지만, “그냥 놀아라, 젖으면 햇볕에 말리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큰아이는 물줄기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환하게 웃었고, 작은아이는 물이 얼굴에 튀자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작은 무지개를 만들자, 아이들은 그것마저 쫓으려는 듯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저었다. 아내는 옆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작은아이가 지쳐 내 품에 안기면 다시 데려가 품에 안아주었다. 나는 큰아이와 계속 뛰어다니며 젖은 잔디 위를 달렸다. 발바닥에 잔디의 차가움이 전해지고, 물방울이 팔과 얼굴을 때릴 때마다 오히려 더 시원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공원을 가득 채웠다. 뛰놀다 흠뻑 젖은 옷은 무겁게 달라붙었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물에 젖은 옷을 입고 돌아가는 길에서 햇볕에 조금씩 말라가는 그 과정마저 놀이의 연장이었다. 땀이 아니라 물방울로 반짝이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바랐다. “이 시간이 오래오래 계속되면 좋겠다.” 그 순간만큼은 삶의 무게도, 일상의 걱정도 모두 잊고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특별한 여행이나 큰 선물이 아니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분수대의 물줄기처럼 찰나에 사라지는 순간일지라도, 그 기억은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반짝인다. 지금도 그 여름을 떠올리면, 젖은 옷이 햇빛에 말라가던 모습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아쉬움도 있다. 그때는 많이 놀아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더 많이, 더 자주 함께할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부모와 함께 공원에서 뛰노는 대신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그때 만들어 둔 추억이 있기에, 나는 여전히 웃으며 그날을 떠올릴 수 있다. 그 기억이 쌓여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누군가는 평범하다고 여길지도 모를 하루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분수대 물줄기 사이에서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 그 곁에서 함께 뛰던 나의 숨소리,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내의 눈빛. 그것들이 모여 ‘가족’이라는 이름의 풍경을 완성했다. 그 여름의 공원은 내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 있는 성지다.


― 오늘의 웃음을 놓치지 말자. 내일의 추억은 오늘의 평범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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