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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Feb 07. 2019

프롤로그

by 베를린 부부-piggy

오전 8시 55분 침대에 있는 나와 출근하는 신랑


신랑은 신기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나는 아침 6시에 눈을 뜨면(뜨는 날은 없다) 한참을 침대에서 미적거리기를 좋아하는데 신랑은

5시 반이건 6시건 눈을 뜨면 바로 몸을 일으킨다. 같은 원리인지 모르겠으나 잘 때는 머리가 닿으면 1분 내로 코를 곤다.


건축사무실에 다니는 신랑은 8시 55분에 출발하는 S-Bahn을 탄다. S-Bahn 역이 현관문을 나서면 5분이 채 안 걸리는데 기차는 10분마다 한 번씩 있다. (우리 집 기준으로 5분, 15분, 25분....)

6시쯤 일어나서 작업실에서 개인작업을 하고 때로는 영화를 보고 아침을 차려먹고 샤워를 하면 대부분 8시 45분쯤 되는 것 같다.

정말 일찍 일어나는 만큼 시간을 쪼개서 잘 논다.


그런데 여유 있는 아침시간을 보내다가 꼭 10분이 안 되는 시간을 남겨놓고 방으로 들어와 미션 수행하듯 옷 입고 머리 만지고 우당탕탕 준비해서 집에서 8시 50분쯤 나간다.

방으로 입장할 때쯤이면 나도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오늘은 안될 거 같은데?" " 오, 이번 기차 타겠다" 등등의 추임새를 넣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듯 에어 팟, 애플 와치 그리고 아이폰을 장착한 신랑은 오늘도 8시 50분 집에서 출발했고 그 모습 그대로 7시 전후로 돌아올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8시 25분 기차를 타는 것으로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언론을 통제하냐며 출근 준비하는 신랑을 구경했다. 아마  9시 출근, 6시 퇴근을 지키는 성실한 독일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듯 하다.)


신랑이 출근한 시간, 나는 카페를 찾아다니고 그림을 그리고 독일어를 공부하고 (가장 취약한 일과 중 하나) 아니면 집에서 흥청망청 시간을 보낸다. 퇴근한 신랑에게 내가 낮에 오늘 어디에 갔었는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면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어서 찾아다니냐며 매번 신기해한다.

정작 신랑의 회사는 베를린에서 제일 핫하다면 핫한 곳에 위치했는데 말이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임신 31주 차의

 독일어 까막눈의 아내가 살아가는 베를린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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