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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석 Jun 23. 2023

프리메이슨, 직능단체 혹은 비밀결사?

54/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영국 런던~에딘버러편-8)

   프리메이슨(Freemason)은 말 그대로 자유석공조합이다. 당시 건축재료가 거의 돌이었으니 석공은 건축가와 같은 의미이고, 프리메이슨은 요즘으로 치자면 자유건축가연합 혹은 건축장인협회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단체가 음모론의 한 가운데 서게 됐을까?     


   프리메이슨은 워낙 비밀에 싸인 조직이라 기원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상징이나 입문의식으로 알려진 것들은 이집트에서 온 게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이집트의 계급 체계에서 건축가는 신관 다음으로 높은 세 번째 지위를 차지했다. 신의 말씀을 형상화하고, 신이 거주할 집을 짓는 행위는 신성을 부여받은 소수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룩한 사업이었다.


   그것은 세상을 창조한 신을 모방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건축을 기술(tecture) 중의 으뜸(Archi)이라는 뜻의 아키텍쳐(Architecture)라 부르는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건축가에게도 파라오와 신관에게만 허용된 기하학, 지리학, 천문학 같은 비전 지식에 접근하는 것이 허락됐다. 그들은 그렇게 얻은 최고의 지식을 총합하여 지상에 놀라운 건축적 성취를 펼쳐놨다.


   기자의 대피라미드만 보아도 네 모서리를 정확하게 동서남북에 위치시켰고, 무거운 돌로 쌓았지만 지진에 끄떡없는 내부 공간은 현대의 첨단기술로도 재현하기 까다로울 만큼 완벽하다. (피타고라스 정리나 유클리드 기하학도 고대 이집트의 비전 지식 중 일부였으나, 그리스 유학파들이 세상에 공개한 것뿐이다)


   대규모 건축사업이 거듭되면서 쌓인 전문지식은 도제 형식을 통해 선택받은 소수에게 대물림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기원전 5세기 크누미부르라는 건축가가 자신으로부터 25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건축가 계보를 작성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기록상 최초의 건축가는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이집트학에서는 최초의 피라미드라고 부른다)를 설계한 임호텝의 아버지, 카노퍼라는 인물이다.


(사진7-43.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 이집트 사카라 ©이경석)


   이 고대 이집트의 비전 지식은 모세를 따라 유대 땅으로 흘러가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에서 다시 완벽하게 구현됐다고 믿어진다. 솔로몬 왕은 ‘과부의 아들’로 불리던 히람 아비프(Hiram Abiff)에게 성전 건축의 총책을 맡겼다. 구약성서에도 히람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동일인 여부는 불분명하다.


   전승에 따르면, 성전의 설계도는 신으로부터 받았는데 이를 해독하려면 비밀코드(혹은 비밀열쇠)가 필요했다. 히람은 솔로몬으로부터 비밀코드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어느 날 그의 감독을 받던 도제 셋이 비밀을 알아내고자 정오 기도를 마친 히람을 협박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측량자와 직각자, 그리고 망치로 각각 목과 가슴, 머리를 내리쳐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들은 히람의 사체를 숨기지만 모두 발각되어 죗값을 받았고, 히람은 부활한다. 그리고 비밀코드는 솔로몬이 성전 어딘가에 숨기면서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사진7-44. 건축가 히람 아비프의 죽음을 묘사한 삽화 ©https://masonic-supplies.com)


   이 전승이 사실일 가능성은 낮다.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유대인들이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알쏭달쏭한 암시를 가진 우화나 고도의 상징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그노시스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영적인 자아(히람, 그 자체가 히브리어로 ‘아버지가 파견한 스승’이라는 뜻)가 생각과 말, 행동(조로아스터교를 떠올리게 하는 세 명의 도제)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사라져버렸고, 이를 회복하려면 신의 말씀(비밀코드)을 찾아야 한다는 식이다. 어쨌든 히람은 프리메이슨의 시조로 불리고, 그의 죽음과 부활은 프리메이슨 입문의식을 상징하는 의례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이 전승은 템플기사단과도 엮인다. 기사단 본부가 있던 템플마운트에서 엄청난 뭔가를 발견했다는 풍문 때문이다. 템플마운트에는 솔로몬 왕이 비밀코드를 숨겨놓은 성전이 있었다. 기사단이 비밀코드를 발견했고 그걸 비밀리에 지키다 해체된 후에는 프리메이슨이 이를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그 심증은 명예혁명으로 제임스 2세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던 앤드루 마이클 램지라는 스코틀랜드 기사의 어록에서 보다 구체적 증거를 확보한다. 프랑스에 프리메이슨을 처음 소개한 그가 ‘모든 프리메이슨은 템플기사다’라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렇게 프리메이슨은 템플기사단의 후예로 각인되었다.     


   아무튼 세계 최초의 프리메이슨은 1717년 영국 런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대 조직으로서 롯지(Lodge)들의 연합체인 그랜드 롯지(Grand Lodge)가 결성된 것이다. (아까 조지 4세의 초상화를 봤던 런던의 프리메이슨 홀이 잉글랜드의 그랜드 롯지다, <제49화> 참고) 롯지는 프리메이슨의 회합이 이루어지는 최소의 모임단위다. 따라서 1717년 이전에도 영국 각지에 수많은 롯지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개의 그랜드 롯지가 있지만, 이를 단일하게 통솔하는 최상위 조직은 아직 실체가 없다. 다만, 그들의 계급이 초기 입문자인 1도부터 그랜드마스터인 33도까지로 이루어진 건 공통이다. (33은 예수가 지상에 머물렀던 햇수를 상징한다)


   18세기 초 그랜드 롯지들이 잇달아 결성되면서 건축가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회원들이 입문한다. 겉으로는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터리클럽 같은 친목단체를 표방한다. 하지만 단순한 친목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밀결사이지 않은가! 이는 그들이 공유하려는 뭔가가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게 아니란 의미다. 그게 뭘까?


   그들이 스스로를 설명할 때 차용하는 이집트 메이슨과 템플기사단, 솔로몬 성전 등에서 추론 가능한 키워드는 일관되게 하나를 가리킨다. 성배 혹은 신의 비밀코드로 은유화된 고대의 비전 지식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질서를 파악하는 건 오랫동안 신의 영역이었다. 당연히 기성 종교의 눈을 피해 이러한 지식들을 논의하려면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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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사진출처]

사진7-44 : https://masonic-supplies.com/2021/04/03/i-knelt-where-hiram-knelt-a-poem-hiram-abiff-last-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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