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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석 Jun 26. 2023

오컬트와 과학의 경계에 선 프리메이슨

55/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영국 런던~에딘버러편-9)

   런던에 있는 왕실교회,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왕들의 대관식 장소다. 또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비롯해 왕들의 무덤이 즐비하다.


   그런데 왕가의 묘만 있는 게 아니다. 영국 역사 전체가 모여있다. 예술인 묘역엔 헨델 같은 음악가나 디킨스 같은 극작가가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청교도 혁명의 주역으로 왕가의 입장에서 극혐인물인 올리버 크롬웰(크롬웰은 헨리 8세가 네 번째 결혼 중매에 실패했다며 참수시킨 세 번째 총리, 토마스 크롬웰의 증조카다. 왕정을 폐지한 크롬웰은 여기 묻혔다가 왕정이 복고된 후 찰스 2세가 부관참시했다. 그래서 유골은 없고 예전 무덤 자리만 표시되어 있다)이나 종교계와 상극인 다윈의 무덤도 있다.


   최근에는 양자물리학자이자 유명한 무신론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까지 입주했다. 사원에서 제일 인기 많은 무덤 바로 옆이다. 주인공은 아이작 뉴턴! 석관 위로 커다란 행성이 떠있어 눈에 잘 띈다. 그는 <프린키피아>를 비롯해 인류사를 바꾼 네 권의 책을 팔로 괴고 비스듬히 누워있다. 주변에는 천사들이 태양과 행성의 무게를 재고 있거나 프리즘으로 빛을 분석하고 있다. 묘비 뒷면에 새긴 묘비명은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성서의 창세기를 빗댄 글로 당대 사람들이 과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밤의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다.

   신께서 ’뉴턴이 있으라!‘ 하시니, 모든 게 밝아졌다’     

    

(사진7-45. 아이작 뉴턴의 무덤, 웨스트민스터 사원 제단 왼쪽 조각 ©이경석)


   바야흐로 18세기는 이성과 과학의 시대였다. 이성과 과학의 신봉자들은 중세의 어둠 속에 숨겨진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컬트(occult)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과학은 오컬트가 지배하는 세상을 조금씩 해방시키고 있었다. 암흑의 족쇄에서 풀려난 지식은 근대라고 부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프리메이슨이 여기에 얼마나 일조했는지는 금방 파악 가능하다.     


   프리메이슨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에 걸쳐 활발한 대외활동을 한다. 격변의 시기에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성과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꼽아볼 수 있다. 모두 인류의 역사를 흔들 정도로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다.


   첫 번째는 산업혁명이다. 1769년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증기기관을 바로 프리메이슨인 제임스 와트가 발명했다. 증기기관은 예전부터 발명되어 있었으나 와트가 프리메이슨에서 공유되는 기술을 집대성해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량했다고 본다. 이 밖에도 과학 분야에서 활약한 프리메이슨은 많다. 에펠탑으로 유명한 구스타브 에펠은 건축의 혁신을 가져왔고, 백신을 처음 개발해 전염병 퇴치의 길을 연 에드워드 제너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의학의 혁명을 일으켰다.      


   두 번째는 정치혁명이다. 19세기 미국의 독립전쟁과 프랑스 대혁명에 프리메이슨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가 미국 프리메이슨의 그랜드마스터였다. 프리메이슨은 미국 곳곳에 흔적을 남겨놨는데 이건 다음 여행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경우, 프리메이슨인 루소가 사회계약론을 주창하며 혁명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후 부르봉 왕가에 대한 템플기사단의 사무친 원한 때문인지 자코뱅파의 급진 공화파 대부분이 프리메이슨으로 알려져 있다.(사무실도 같은 건물에 있었다) 혁명의 시기에 만들어져 지금 프랑스 국가로 불리는 ‘라 마르세에즈’의 작곡가 루제 역시 프리메이슨이다.


   혁명의 과실을 마지막에 거둬들인 나폴레옹도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프리메이슨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엔 색다른 주장도 있는데, 나폴레옹이 초상화에서 취하는 독특한 자세가 프리메이슨의 비밀 수신호라는 것이다. 자켓의 가운데 단추를 풀어헤치고 옷 속에 손을 찔러넣은 모습이 그것이다.


   재밌는 건, 이런 모습으로 초상화를 그린 인물 중에 모차르트나 조지 워싱턴 등 알려진 프리메이슨도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루이 16세의 목이 단두대에서 떨어지는 순간 누군가 자크 드 몰레의 복수가 끝났다고 외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서 프랑스혁명은 음모론자들 사이에선 템플기사단을 이어받은 프리메이슨이 기획하고 주연에 연출까지 도맡은 한편의 드라마로 종종 묘사된다.      


(사진7-46. 좌 : 나폴레옹 초상화, 워싱턴 국립박물관 , 우 : 조지 워싱턴 초상화, 브룩클린 박물관)


   세 번째는 예술 분야에서의 탁월한 성취다. 프리메이슨 출신 음악가를 보면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리스트, 시벨리우스 등등 쟁쟁하다.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나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와 쉴러, 러시아 시인 푸시킨 등은 문학 분야에서 활약한 프리메이슨이다.


(사진7-47. 모차르트 가묘를 중심으로 왼쪽 베토벤, 오른쪽 슈베르트의 무덤, 빈 중앙묘지 음악가묘역 ©이경석)


   이쯤에서 너무나 유명한 프리메이슨 소설가 두 명을 영국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프리메이슨이 맞붙었던 암흑의 세계, 오컬트의 영역을 단도직입적으로 다루었다. 바로 아서 코난 도일과 브램 스토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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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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