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일까
나는 입덧이 심했다. 토만 안 하고 다했다.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입덧이 심해 하루 종일 집에 누워있는 날도 많았다.
특히 나를 힘들게 한 건 침덧이다. 침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침 맛도 이상하게 느껴져서 삼키기도 힘든 증상이었다. 음식 맛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는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꼬막 비빔밥을 배달시켰는데, 그 좋아하던 꼬막을 모래알 씹듯 먹은 기억이 있다.
입덧은 대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더욱 불편했다. 당시 스타트업 CEO 인터뷰를 매주 진행하고 있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표정관리가 힘들었다. 속이 24시간 울렁거리니 집중이 안돼서 기사도 쓰기 어려웠다.
입덧이 점점 심해질 때쯤 의사한테 '입덧 때문에 괴롭다'는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의사는 제법 쿨하게 입덧 약을 처방해줬다. 여자 의사였고, 출산을 겪어봤기 때문일까. 입덧 때문에 괴로운 마음을 이해하는 듯했다. 의사는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약을 처방했다.
입덧 약 받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입덧을 완화할 수 있는 약도 있구나'였다. 신기함도 잠시, 선뜻 약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찌 됐던 입덕 약도 약이니 아기에게 해가 될 것만 같았다. '아기가 설마 잘못되면 어쩌지', '아기 지능이 떨어지면 어쩌지', '아기가 아토피라도 생기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의사가 아기한테는 해가 안되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안심이 안됐다. 나는 임신으로 인한 두통 증상도 있었는데, 그때조차도 임산부에게 안전하다는 타이레놀 조차 먹지 않았다. 그러니 입덧 약이라고 덥석 먹힐 리 없다.
입덧 약을 먹느냐 마느냐. 전문가의 말대로라면 입덧 약을 안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입덧 약을 먹으면 '아기보다 나 자신이 아픈 게 더 중요한 이기적인 엄마'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입덧 약 처방과 함께 나의 모성은 시험대에 올랐다.
결국 나는 입덧 약을 먹지 않았다. 남편은 너무 힘들면 약을 먹어도 괜찮다며 위로했다. 혹시나 입덧 약을 먹어서 아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깟' 입덧 하나 참지 못하고 약을 먹어서 그런 거라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책망할 거 같아 먹지 않았다.
사실 임신 기간 중에 입덧 약만이 갈등의 기로에 있었던 건 아니다. 임신 기간 중에 입으로 들어간 모든 음식이 모성애와 연결됐다. 커피, 탄산, 연어, 회, 게장, 탄산, 라면, 과자, 등등... 먹고 싶을 때마다 수백 번 아기한테 괜찮을지 고민했다. 결국 날 것인 연어나 게장은 먹지 못했고 모유 수유가 끝나고 나서야 안심하고 먹었다.
입덧 약을 먹지 못한 경험은 몇 가지 물음을 나에게 던졌다. '나의 고통은 모성의 승리였을까. 아기와 내가 동시에 행복할 순 없었을까'라는.
입덧 약 처방받을 때 입덧 약이 보험이 되지 않아 엄청 비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약사에게 왜 입덧 약은 보험이 안 되는 거냐고 물으니, '질병'이 아니어서 그렇단다. 질병의 의학적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임산부라면 한 번쯤 겪는, 더욱이 열 달 내내 겪는 사람도 있는 입덧이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가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