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병원을 간다. 사람마다 빈도수는 다르겠지만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가볍게 찾을 수 있는 곳도 있고 큰 수술로 대학병원을 찾기도 한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병원을 종종 다니긴 했었다. 이 때문에 치과를 제일 많이 간 것 같은데 이 이외에 감기로 인해 내과나 이비인후과도 가긴 했었다. 아직까지는 젊은 나이라 병원을 많이 찾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한 번도 방문 안 했던 병원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산부인과였다.
어릴 때는 남자가 산부인과에 갈 이유가 없었고 결혼을 하고도 그렇게 갈 일은 없었다. 가끔 아내가 산부인과에 다녀와서는 병원에 갔다 왔다고 말해 주는 게 다였을 정도로 나와는 거리가 먼 병원이 산부인과였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처음 임신을 한 것을 알고 같이 병원에 내방을 했는데 너무나도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아니.. 여긴 온통 임신한 분들이.....'
처음 병원에 들어섰을 땐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임신한 분이 많았다.-나중에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침대가 많이 비워져 있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저출산이 심각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긴 했다.- 그래서 처음 놀랐고 두 번째로 간혹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 역시 남자였지만 남자가 산부인과에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비록 모르는 사이지만 비슷한 사정으로 이곳을 찾았으니 말이다.
이때 산부인과도 '산과'와 '부인과'로 나눠진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요즘은 저출산이라 '부인과'만 하는 산부인과도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튼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해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초음파 사진도 보게 되었다.
산부인과가 남편들에게 주는 의미는 다양한 것 같다. 가볍게 생각한다면 임신이 어려워서 난임 검사를 할 수도 있고, 임신이 되었을 땐 아내가 쓸쓸하지 않게 함께 가는 그런 병원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첫출발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을 절실히 느끼는 곳이 산부인과가 아닐까!. 나 역시 남편으로서의 역할만 하다가 이제 또 하나의 역할인 '아빠'가 된다고 했을 때 책임감을 많이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병원 내에서 다른 분들의 모습도 그러했다. 남편과 함께 오는 분도 있었고 혼자 오시는 분도 많이 계셨지만 질병이 아닌 모두들 새로운 생명체와 함께 오다 보니 더욱 조심스럽고 막중한 임무를 가진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 산부인과를 경험하고 줄곧 아내는 혼자서 다니고 있었다. 초기엔 아이가 뱃속에서 잘 있는지 검사만 하고 왔기에 함께 갈 일이 없었고 먼저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병원을 들러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점도 있었다. 가끔 주말에 갈 경우 함께 가곤 했다. 어색한 병원이기도 했고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기에 자주 안 갔던 그곳.. 하지만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서 보면 함께, 자주 갔어야 했던 것 같다.
자주 가다 보면 임신 중인 아내의 상태나 아이에 대해 하나라도 더 듣고 보게 된다. 병원에서 아내가 매번 의사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듣다 보면 해줘야 할 것도 하나씩 더 생각나고 태아날 아기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게 되어 나중에 유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기의 초음파를 직관(?)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의미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아내가 어플로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곤 했는데 아무래도 신비감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내가 진찰을 받는 동안 초음파 사진으로 아이가 움직이는 그 순간을 보는 것은 한 생명체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이 얼마나 의미 있고 설레는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만큼 내 아이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 등이 더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행에서 '아는 만큼 보이듯' 산부인과에서도 '아는 만큼 도울 수 있다'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내가 했던 여러 실수를 하지 않고 임신 중인 아내에게 동지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분명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