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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18. 2023

엄마가 된 내가 나의 엄마에게

[그림책 에세이] 나의 엄마 - 저자/ 강경수

오전에 후다닥 집안일을 끝내놓고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별다른 용건이 없어도 그렇다.

아침 식사는 하셨냐는 안부인사와 아이들이 학교, 어린이집에 잘 갔다는 말, 매일이 비슷하다.

그래도 엄마를 부르고 나면, 엄마 목소리를 듣고 나야 안심이 된다. 짧은 통화는 그저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내가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엄마이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서로 경쟁적으로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하며 부를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족히 백 번은 넘게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것 같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는 바로 '엄마'라는 이름을 얻었다. 쉽게 얻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름의 무게가 이렇게나 무거울 줄이야...




강경수 작가의 <나의 엄마>는 7년 차 초보 엄마인 내가 40년 차 선임 친정 엄마를 떠올리며 읽어본 그림책이다.

아이가 '맘마'라고 부르며 그림책은 시작된다.

책 속 아이는 점점 자란다.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아장아장 엄마 품으로 걸어간다.

더 자란 아이는 이제 수시로 엄마를 호출한다.

사나운 개를 만났을 때 "엄마!!!"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엄마~~~"

눈에 거품이 들어갔을 때 "엄마~~~~~!!!"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엄마가 좋아서 "엄마~" 하고 불러본다.

이렇게 다정하게 엄마를 부르던 딸은 어디로 간 것인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엄마 대신 딸의 마음을 채우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만 간다. 엄마가 모르는 딸의 비밀도, 엄마와 다투는 일도 많아진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딸은 주름살이 늘어난 엄마 곁에서 엄마를 살뜰히 챙긴다.

하지만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 영원할 순 없기에 딸은 사랑하는 엄마와 이별하게 된다.

그리고 엄마를 부르던 딸은 엄마가 되어 자신을 부르는 아이를 바라본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자라나 다시 부모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아이였을 때의 모습과, 엄마가 된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실은 첫 장면부터 마음이 찡했다. 첫째 아이가 어설픈 발음으로 처음 '엄마'라고 불러주었던 그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엄마'라고 들었는데 남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이가 '엄마'라고 불러줘서 눈물 날 만큼 기뻤다.

분명 그랬었는데... 나만 찾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때로는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잠시라도 쉬고 싶은데 아이들은 그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몸이 아파도 아이들부터 챙겨야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힘을 내보는 수밖에.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그때는 손 한번 잡기도 힘들다는 주변 선배 엄마의 말처럼, 내 곁에서 아이들이 멀어지는 날이 오겠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마음 한편이 이렇게 서늘한데 친정엄마는 어떠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대학교 1학년 새내기,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바빴더랬다. 내가 밖에서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없던 그때 친정엄마는 갱년기로 한창 고생하셨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철없던 나는 "갱년기 그게 그렇게 힘든 건가? 누구나 다 한 번씩 겪는 거 아니야?" 했었다. 엄마는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우셨을까.

엄마는 항상 내 옆에 있어주셨기에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일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얼마나 많이 힘드셨을지,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나와 동생을 키우신 것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언젠가 첫째 아이는 '죽음'에 대해 물었었다.

"엄마도 언젠가는 하늘나라에 가는 거죠?"

"응, 그렇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아주 먼 훗날의 일이야. 그리고 하늘에서도 엄마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삼촌할머니도 하늘나라에 가시겠네요?"

"응. 근데 엄마는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슬프다."

"괜찮아요. 대신 지금은 할머니 만날 수 있으니까 자주자주 만나러 가면 되잖아요."

아이의 말이 정답이다.

아이의 말처럼 그저 엄마를 만날 수 있을 때 자주 찾아뵙고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일명 '엄마바라기'였던 나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없으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 엄마를 이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

하지만 먼 훗날 엄마가 세상에 안 계시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마음먹게 된다.

불과 10년도 채 안 된 시간 동안 이렇게 내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이런 말씀을 드린다면 엄마는 "당연히 잘 살 수 있지! 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니." 하며 웃으시겠지.

엄마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엄마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가 내 엄마여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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