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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Oct 05. 2023

너는 엄마의 우주야

[그림책 에세이] 넌 나의 우주야 - 저자 / 앤서니 브라운

아이가 아플 때는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고, 아이가 속상해하면 그것이 내 일인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아이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의식적으로 아이들과 나를 분리하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어쩌면 평생 아이들을 짝사랑하며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더라도 품에 안겨 꼬물거리던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든 모습을 엄마는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넌 나의 우주야>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열렬한 사랑 고백이 담긴 그림책이다. 

이 책에는 초록색 카디건을 입고, 한쪽 신발끈이 풀린 것도 모른 채 장난기 가득한 눈을 하고 서있는 여자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동물을 좋아하고, 축구도 수영도 잘하는 데다가 그림도 잘 그리고, 패션 감각까지 뛰어나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거침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개구리처럼 폴짝 뛰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떤 모습을 해도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아직은 작은 존재지만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작가는 아이에게 끊임없는 응원을 보내며 아낌없이 사랑을 전한다.




첫째 아이는 4년간 혼자 외동딸로 모든 것을 누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누나가 되었다.

동생이 태어난 후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나 사랑해?" 물어보며 사랑을 확인했다.

그런 아이가 짠하기도 하고,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태어난 동생을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4인 가족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신생아를 돌보는 것도 정신이 없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첫째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수시로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었다. 




아이는 그림책 속 주인공과 자신은 닮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과 닮은 점을 찾아냈다.

동물을 좋아하고, 소리를 빽빽 지르거나 아기 원숭이처럼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공은 엄마인 내가 봐도 아이와 똑 닮아 보였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모습을 가진 아이.

떼를 쓰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하고 그래서 혼이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것은 아이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난 아이의 눈을 보며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자신도 책 속 주인공처럼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에 아이는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이제는 엄마가 자신과 동생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만큼 발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딸을 조금 더 많이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만족스러운 듯 씩 웃긴 하지만. 




어쩌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지도 몰라 나의 전부라고 표현한 적은 없다.

하지만 너희가 엄마의 우주라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수없이 말해주었다. (둘째 아이도 이 그림책을 좋아한다.)

"넌 나의 우주야."

엄마, 아빠의 이 말이 아이들에게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이라도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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