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사소한 오해에 등을 돌리고
돌아서서 다시 그녀의 눈길을 그리워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다가도
나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던 그 손길을 잊지 못했다.
이별을 예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만 계속 되뇌었다.
그렇게 한 사람과
몇 번의 사랑과 몇 번의 이별을
마음속에서 수없이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마음이 식어지면, 그리움도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미련은 더 깊이 쌓여만 갔고
끝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파도가 되어
내 안을 통째로 휩쓸어버렸다.
미련은 언제나
가장 빛나던 순간을 끝끝내 붙잡았다.
가슴 떨리던 한강변의 첫 데이트
두근거렸던 기억만 남은 서툰 키스
사소한 다툼 뒤에
겨우 다시 품에 안았던 소중함.
수많은 날들이 잊히고 흐릿해져도
그 반짝이던 순간만은 오래된 필름처럼
기억 한가운데 남아 있었다.
어쩌면 사랑은
희미해져 가는 기억속에서
가장 소중했던 마음 하나만을 남기고
조금씩 멀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서로를 바라보는 대신
서로를 바라보던 기억만이
시간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 기억의 잔결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그 기억 안에서
몇 번의 사랑을 했고
몇 번의 이별을 한다.
사랑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기억만이 사랑이 되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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