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예? 현관문 도어락이 안 열린다고요?

긴급 상황은 언제나 불쑥 찾아옵니다. 

방금 일어난 일입니다.


에어비앤비 게스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1층 현관에 비밀번호가 바뀌었는지 계속 에러가 나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요.


혹시 네가 비밀번호 바꿔놨어? 문이 안열리는데?


저는 먼 곳에서 볼 일을 보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는 즉시 제품을 검색해보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저희 세입자가 못 들어가고 있는데요, 제품 화면에 에러코드가 GUAD라고 나오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아 그건 잘 모르겠고요, 저희 기사님이 방문해주셔야 하는데 그러면 출장비가 4만 원이 나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본인들 제품에 있는 에러코드를 모르시는 건가요? 혹시 제가 찾아볼 수 있는 매뉴얼이 있을까요?"

"네 그건 잘 모르겠고요, 기사님에게 한 번 여쭤보세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회사가 다 있나 열이 받습니다. 조목조목 따질까 하다가 집에 못 들어가고 기다리고 있는 게스트 생각이 납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해보니 그냥 4만 원 주고 얼른 문제를 해결하고, 이 에피소드는 블로그 글감으로나 써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기사님 전화번호 알려달라 얘기합니다.


다행히 기사님이 5분도 안돼서 도착해주셨습니다. 저랑 전화 통화로 설명을 해주십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종 무늬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옆에 있는 프로그램 버튼을 누르면 비밀번호를 바꾸는 기능이 동작해서 종종 실수로 이런 일이 생긴다는 설명을 해주십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인터페이스 드럽게도 못 만들어놨네. 생각이 있으면 렇게 실수하기 쉽게 만드? 력이 형편없는 회사군.'


어라...?


그런데 또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 이게 진짜 생각 없이 만들어서 그런 걸까? 일부러 이렇게 실수하기 쉽게 만들어서 출장비를 받아먹는 게 이 회사의 비즈니스인 거 아니야?'


하지만 딴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게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기사님께 기존 비밀번호대로 다시 세팅해달라 합니다.


기사님은 잘 리셋 처리해주셨고 다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제가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자 비밀번호도 세팅해 주고 가셨습니다.(이전에도 관리자 비밀번호가 있었을 텐데 매도자에게 인수인계받지 않아 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기사님에게 출장비 4만 원을 보내 달라고 전화가 옵니다.

저는 이 회사에 돈을 주고 싶지 않지만, 부리나케 달려와서 고쳐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기사님에게는 돈을 드리고 싶습니다.

회사 계좌가 아니라 기사님 계좌를 알려달라, 그러면 내가 3만 원을 드리겠다. 만약 원하지 는다면 회사 계좌에 4만 원을 보내드릴 테니 편하신 대로 선택해달라 제안합니다.

기사님은 1초도 망설임 없이 개인계좌를 알려주셨고 저는 3만 원을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하답니다.




일을 해결하고 시간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세입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메시지가 온 것이 오후 3시 5분.

문제를 해결하고 세입자가 안으로 들어간 시각이 오후 3시 30분.


긴급상황을 대응해주는데 25분이 걸렸습니다. 세입자에게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하고 있던 일을 다 멈추고 이 일을 해결하는데만 집중한 결과입니다.


 마치 제가 예전에 회사에서 사용자가 매우 많았던 서비스를 운영 하면서 장애 처리를 할 때와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당시에도 긴급 상황이 생기면 대응을 완료한 후에 내가 얼마나 빨리 대응했는지 돌아보곤 했었습니다.


이런 일을 25분에 처리했으면 아주 잘한 것 같습니다. 제 경쟁자 건물주들 중에 이만큼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서비스 실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제가 경쟁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이전 12화 건물이 나에게 준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