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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돈이 부자에게로 흘러간다.

코로나 전 까지는 대부분의 방을 월세로 운영했습니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닥치고 저는 만기 되는 월세방들을 전세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이 많이 싼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 싶어서.

그전까지는 부동산을 잘 이용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부동산에 방도 내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쌀 때 빨리 전세로 전환해야지 하면서.


그런데 기대치 않은 행운이 생겼습니다.

부동산에서는 제가 제시한 전세금보다 30~40퍼센트나 비싸게 방을 구해준 겁니다.

인센티브나 좀 달라고 하면서.

저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방도 그렇게 계약했습니다.


내가 요즘 시세를 전혀 모르나 보네.

다른 방들은 어떤지 공부나 해봐야겠다.

다른 방들을 살펴봤습니다.


세상에, 4~5평짜리 원룸을 1억 가까운 돈으로 전세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집들을 누가 들어가지?

근데 진짜 그 돈을 주고 들어가서 삽니다.

그것도 돈 없는 청년들. 이제 갓 사회에 진입한 사회 초년생들이.


저는 곧 상황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청년들은 다 대출로 집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중소기업 청년 대출 같은 것들. 금리 고작 1.2%에 1억 원 까지 빌려주는 대출.

1억 원짜리 대출을 받아도 월에 10만 원만 이자를 내면 되니 이 청년들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꿀이 다 있네? 최대한 빨아먹어야지."

청년들은 1억 원에 가까운 방을 구합니다. 대출을 다 못 끌어다 쓰면 아까우니깐.

이런 사정을 아는 집주인들은 1억 원에 맞춰서 방을 내어놓습니다.

1억 원이 조금 넘어갈 것 같으면 보증금을 1억 원으로 놓고 월세를 조금 더 받습니다.

1억 원이 넘으면 못 들어올걸 아니까.


어른들은 더 부자가 되고 청년들은 계속 가난합니다.


신기하다 생각했습니다.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니 이 돈이 그대로 부자들에게 다시 돌아가네?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요?

가난한 청년들을 위해 돈을 나눠준 정부의 탓?

정부의 초저금리 대출에 맞춰 전세금 올리는 건물주 탓?

비싼지 안 비싼지 생각도 안 해보고 최대한 끌어당겨 쓰는 청년들 탓?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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