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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나에게 준 용기

1. 2015년쯤,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이 아빠인 동료가 둘 있었습니다. 아이는 4살쯤 되었나.

가끔씩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왔습니다.


아빠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아이가 참 예뻤습니다.

우와 대화가 되네. 너무 신기하고 예쁘다.


그때 처음으로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아빠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아이 아빠인 동료가 말해줬습니다.

"일 하느라 애를 볼 시간이 거의 없어. 잠깐 시간이 흐른 거 같은데 어느새 애가 일어서서 걷고 있고 또 잠깐 뒤 보면 어느새 뛰고 있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애가 자라는 걸 온전히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워."


저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를 가지면 아이가 크는 걸 온전히 지켜봐야겠어. 회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이 생각을 실천했습니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얼마 지나 저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육아 대장이다. 내가 전담한다.


'회사는 언제든지 다시 들어갈 수 있잖아? 하지만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걸.'

월 300~500만 원 정도 나오는 작은 건물이라도 하나 가지고 있었던 것이 용기를 주었던 걸까요?

조금 두렵긴 했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 딸이 5살이 되었습니다.

5년 가까이 온전히 함께 했습니다.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 제가 가진 기술은 프로그래밍입니다.


회사에서 만드는 어플이 아니라 저만의 어플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만든 어플로 단 돈 만원이라도 벌어보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매일 짬짬이 코딩을 한지 이제 벌써 5년째.


지금은 제 어플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초기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좌절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급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광고를 붙여서 돈을 벌자.

마케팅에 돈을 태워서 단기적으로라도 사용자들을 끌어보아 보자.

어플 리뷰를 돈 주고 사자.

이런 유혹들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건물에서 나오는 약간의 돈이 없었더라면 과연 나는 4년이나 느긋하게 개발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봅니다.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중간에 포기해버리지 않았을까...


건물을 운영하다 보면 귀찮은 일들 투성이라 미워 보일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이런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갖도록 용기를 준 것을 저는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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