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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산다는 건 넘나 어려운 일

어제 지인 한 명이 이사를 했습니다.

창문을 열면 바로 코 앞에 빨간 벽돌이 보인다 해서 벽돌 뷰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었는데요. 드디어 벽돌 뷰를 탈피하고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해서 카톡 그룹방에서 다들 축하해주며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잠을 자고 일어나서..

벽돌 뷰 생활은 끝났는데 소음 문제가....

같이 티비를 보는 수준이라니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됩니다.


집을 고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잠을 자보고 선택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겨우 몇 분 살펴보고 몇 억 짜리 구매를 해야 한다니 이렇게 잔인할 수가요.


집주인에게 하루만 자보면 안 돼요?라고 말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라고 하는 집주인들이 과연 있을까요?


이런 생각은 좀 더 나아가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게합니다.

'만약 아파트를 사야 한다면 같은 아파트에 에어비앤비로 내어놓은 집이 있는지 확인해서 며칠간 실제로 살아봐야겠다.'

'단독 주택이라도 이 방법을 써먹을 수는 있겠군. 내가 사려는 집에서 자볼 수는 없겠지만 근처 가까운 집에서 살아보면서 적어도 동네를 느껴볼 수는 있잖아?'


집을 살 때는 내가 사려는 집도 잘 알아야 하지만 옆 집 공부까지 해야 합니다.

예전에 옆 집 아줌마와 싸울 당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런 생각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다음에 단독주택을 또 사게 된다면 근처 어디 높은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며칠 내내 감시해봐야지. 옆 집에 누가 사는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없는지 체크해야겠다. 어? 이거 불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내가 어디 차를 대놓고 하루 종일 지켜보지 뭐.'

'옆 집들 등기부 등본까지 모두 다 떼어봐야겠다. 구글에 이름이라도 쳐보자. 이건 방구석에서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잖아?'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잔기술일 뿐이고 정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살 집을 보러 가면 그 자리에서 잘 지은 집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이런 눈을 기르는데는 집을 직접 지어보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집을 몇 번 지어본 사람이라면 금새 어떤 자재를 썼고 어떤 시공 방법을 사용해서 만들었는지 구석 구석 보며 잘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에게는 이런 실력이 없어서 집을 구매한다는게 너무 무섭습니다.

하지만 집은 무섭다고 안 살 수는 없습니다. 구매를 안하더라도 전월세로는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공부가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15년 전 책으로 공부하던 시절에는 이런 류의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유튜브 채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어느 지역이 유망하다느니 떠드는 부동산 투자 유튜브는 전혀 보지 않지만, 집을 짓는 방법이나 인테리어 하는 영상들은 재밌게 봅니다. 실생활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쩌면 주식 시장에서 거시 경제를 공부하면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개별 회사에 집중하라는 피터린치나 워렌버핏의 조언과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며칠 전 또 다른 친구가 새 아파트에 당첨되어 곧 이사를 간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런데 옆 집에 큰 개가 산답니다. 입주 확인하러 갔는데 복도에서 만났다고...

으아~~ 이런 건 열심히 공부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네요.

운 까지 따라야 한다니 좋은 집을 고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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