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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에어비앤비 게스트를 맞으러 달려 나간 썰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를 3년 넘게 유지한 비결

저는 에어비앤비 호스팅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슈퍼호스트입니다.


슈퍼호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별 5개 만점을 받아야 합니다. 10명 중 8명 이상에게 만점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영화나 맛집 평가를 할 때 별 5개를 얼마나 박하게 주는지 생각해보면 이게 참 힘든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 번 약속된 예약은 절대로 취소하면 안 되고, 게스트들에게도 빠르게 답장해줘야 하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아마 슈퍼호스트에 1회 선정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저는 무려 15분기 연속으로 슈퍼호스트입니다. 분기마다 심사를 하는데 3년 넘도록 한 번도 탈락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국내에서는 1등일지도 모르고, 세계적으로도 꽤나 높은 순위일 겁니다.


도대체 비결이 뭐예요?


며칠 전 저랑 대화를 하던 친구가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2016년 2월 5일 금요일이었습니다. 구정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이었네요.

밀워키에 사는 테디라는 게스트가 오후에 체크인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체크인이 있는 날은 항상 긴장하게 됩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갑자기 영어로 쏼라 쏼라 나 길 잃어버렸다 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왓더ㅃ... 나 영어도 못 하는데...)


이 날도 전화가 왔습니다. 032인 번호인 것으로 보아 인천공항일 거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습니다. 역시나 맞습니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가면 되냡니다.


"너 가이드 안 봤지! 내가 보내준 가이드 이메일에 자세히 쓰여있어."

"오 미안 미안. 확인해볼게. 이따 보자"


대부분은 여행 준비를 잘 해오지만, 준비성 없이 일단 도착해서 생각하자는 친구들이 가끔 있습니다. 저는 매우 싫어합니다. ㅋㅋ


저녁 늦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습니다. 마음이 조금 불안해집니다.

저녁 11시쯤이 되었는데 아직도 잘 체크인했다는 연락이 없습니다. 저는 메시지도 보내보고 전화도 해보지만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이렇게 체크인하는 날이 지나도록 연락이 안 되는 게스트는 처음이었습니다. 뭔가 사고가 생겼구나 직감이 듭니다.

저는 당시에 분당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새벽에 연락이 올지 몰라서 핸드폰 알림음을 크게 해 두고 귀 옆에 놓고 쪽잠을 들었습니다.


띵동


아.. 자면서 알림 소리를 듣고 깨서 핸드폰을 봅니다.

새벽 3시 48분에 테디에게 온 메시지

길을 잃어버리고 배터리도 없어서 근처 맥도날드에서 충전해서 메시지 보내고 있답니다.

이런 얼간이 같은 놈이 진즉에 연락 하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날도 추운데 얼마나 고생하고 절망스러웠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몰려옵니다.

도와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고 일어납니다. 테디에게는 어디 가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 합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 한 가지 걱정은 분당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가느냐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차를 산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을 때였고, 운전이 서툰 데다가 운전하는걸 너무 무서워했습니다.

그래도 별로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운전해서 가기로 합니다.

구정 연휴의 시작. 새벽 4시 경부 고속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이게 뭔 일인가 생각하며 저의 첫 경부고속도로 드라이브를 합니다. ㅋㅋㅋ


맥도날드에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그래도 꽤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합니다.

얼간이 미국인 친구 하나가 캐리어에 얼굴을 묻고 앉아있습니다.


야, 내가 호스트다. 밥은 먹고 다니냐? 힘들었지. 집에 가자


테디는 감동해서 거의 울려는 표정으로 악수를 청합니다.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합니다.


저는 테디에게 별점 몇 개를 받았을까요?

테디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 도착해서 새벽에 길을 잃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그런데 호스트가 그 시간에 도와주러 나온다?

저는 당연히 별 5개를 받았고 리뷰도 아주 아주 좋게 받았습니다.




이제는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만, 사실 이런 일들이 마냥 재밌는 일들은 아닙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도어록에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방에 못 들어가고 있다는 전화가 오기도 하고, 세탁기에서 물이 새서 방바닥이 한강물이 됐다고 해서 일하다 말고 놀라서 달려간 적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나 게스트들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헉하는 마음이 듭니다. 또 무슨 일이지?

이런 일들이 예고 없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두고 마냥 편하게 골프나 치면서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 다행인 점도 있습니다. 다른 많은 건물주들은 저와는 반대로 서비스업이 아니라 숙박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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