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작년부터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남편은 원래 수영을 좋아하였으나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그만두고 적당한 운동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마음에 들어온 것이 바로 '달리기'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는 '걷기'를 선택하였다. 나의 컨디션에 맞출 수 있고 타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혼자서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이 '걷기'라고 생각한다. 걷기 어플을 친구 삼아 산책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적극적으로 '달리기' 활동에 돌입하였다. '러너'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처럼 각종 옷을 사고, 장비를 구비하였다. 그리고 달리기 유튜브를 유심히 보다가 마음에 드는 유투버를 발견하고는 구독하기 시작하였다. 그 사람의 이벤트에 열심히 참여하여 신발이 당첨되어 오기도 했다.
이번의 미션은 '플로깅'이라고 하였다. 주말 아침 아이들과 함께 플로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생소하다. 그게 뭐지?
플로깅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스웨덴에서 시작 돼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2019년 11월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 달리기’를 선정한 바 있다. (네이버 사전 검색)
오호! 뭔가 의미 있고 좋은 활동이었다.
오래전, 큰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근처에 공터가 있었다.
그 공터를 지나야 만 유치원을 갈 수 있었는데 그곳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쓰레기 더미가 항상 쌓여있어서 너무 보기가 흉했다. 하루는 큰 아이가 그곳을 청소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괜스레 그 땅의 주인도 아닌 내가 나서서 청소하며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싫어서 딸의 말을 외면하며 한 번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 이번에 남편이 플로깅을 하자고 했을 때 과거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제는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과연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는 이 활동을 좋아할까?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내기를 제안하였고 운 좋게 이겼다.
" 내일 우리는 다 같이 플로깅이라는 걸 할 거야. 즐겁게 해 보자. 아빠는 뛰면서 더 멀리 가서 쓰레기를 주울 거고 너희는 엄마랑 공원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우면 되는 거야. 간단하지?"
"네??????'
아이들은 아빠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
'인근 공원으로 가서 그곳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다고? 누가 보면 어떡해? 누가 시키지도 않을 일을, 그것도 쓰레기를 주으면 다 쳐다볼 것 같은데?? 꼭 해야 하나?
왜 해야 하지?'
황당한 얼굴 표정으로 아이들의 마음 소리가 아주 투명하게 들려왔지만 남편은 강경했다.
다음 날, 남편은 아침 일찍 나가 마트에 가서 쓰레기 비닐과 집게 3개를 사 왔다. 그리고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하고서도 아이들은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
많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래도 '둘'이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듯했다. 같이 움직이고, 같이 부끄럽고. 같이 웃고. 같이 있으니 됐네.
"아~이거 어떻게 해~~" 하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몸을 움직이며 시선은 공원의 쓰레기를 찾고 있었다.
"어서 한 봉지를 다 채워서 빨리 이 장소를 떠나야지!"
"땡땡 아, 그거 알아?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잊힐 거야. 사실은 우리에게 남들은 큰 관심이 없거든. 그러니까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엄마도 그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우리 하는 건 좋은 일이잖아. 우리 당당하게 하자. 남들은 너에게 관심이 없어. 알겠지?"
이 말이 인상적이었는지 드디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하나, 둘 보이니 아이들도 쓰레기를 발견하고 줍는 것이 재미있는 듯했다.
한 곳에서는 어른들이 마시다 버린 커피잔 뭉치가 있었다. 이런 쓰레기는 아이들 보기에도 참 부끄럽다. 쓰레기통이 없는 곳에서 마시고, 본인들은 한 구석에 잘 두고 갔는지 모르겠으나 결국은 쓰레기인데, 자신들의 손에서 벗어나기를 바란 어른들의 이기심이 느껴졌다. 덕분에 아이들은 더 쉽게 봉지를 채울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의 첫 활동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끝이 났다. 과거에 하지 못했던 마음 한구석의 숙제를 한 것처럼 후련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보람된 일이었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시작 때와는 전혀 다르게 미소가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이다. 처음에는 아빠가 시켜서 억지로 하였으나, 둘은 걸으면서 시답지 않은 남매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생각보다 즐겁게 활동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었다.
나는 아이들이 굉장히 대견하였다. 공원까지 데리고는 갔으나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끄러울 텐데, 안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와서 부모가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너무 잘해 주어서
'우리 아이들 참 멋지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공원의 편의접에 들러 각자 원하는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 활동을 마무리하였다. 남편은 플로깅 미션의 완료 인증숏을 남기며 매우 흡족해하였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꾸준히 플로깅을 할 것이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했으니 이제는 남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장소는 무한하다. 우리 동네가 될 수도 있고, 산이 될 수도, 좋아하는 바다가 될 수도 있다.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걸으면서 환경을 위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환경 관련 독서를 읽히며 '지구를 사랑하라' 고 말할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다 같이 직접 몸으로 실행하며 지구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교육이다.
파이팅! 다음에는 다른 장소에서 우리 멋지게 해 보자.
플로깅, 참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