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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05. 2021

네 번째 촏: 시험

초 단편 소설 시리즈

  09:47

  10시 기차니까 늦을 수도 있겠네. 준경은 시계를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이라도 걸어보자. 그가 결심한 뒤 카페 창가의 바에 홀로 앉아있던 인아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섰다. 머리칼이 살짝 닿은 그녀의 어깨에 준경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크흠... 쩌기... 실례합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말을 뱉는터라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준경을 속으로 '망했다 망했어'라 자책하는 통에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인아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말은 없었다. 인아는 준경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 제가 출장 때문에 올라왔다가 이제 10시 기차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뭔가 말이라도 걸어보지 않고 가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지금 약간 시험 시간 다 끝나가는데 몇 문제 남은 것 같이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횡설수설하는 것 같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크큼, 지금 그냥 떠나면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 텐데 연락처라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잠깐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채웠다. 시끄러운 역사의 소음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인아가 대답한다. 싫어요.


  준경의 눈이 시계를 향했다. 10:02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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