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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06. 2021

여섯 번째 촏: 언제든

초 단편 소설 시리즈

  이제 다 된 것 같은데, 거기 물 한번 틀어볼래요?

  허리를 굽혀 쪼그리고 앉아 스페너를 움직이던 인하가 고개를 들었다.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터라 안경이 흘러내려 코 끝에 위태롭게 걸쳐있었다. 그는 손목으로 어설프게 안경을 끌어올리며 진경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눈이 마주칠까 서둘러 시선을 싱크대로 옮겼다. 진경도 인하의 바쁜 시선을 느끼곤 얼굴을 붉혔다.

  쿠쿡쿡쿡. 쏴아아아. 큰 소리가 잠깐 나더니 이내 맑은 물이 수도관을 타고 흘러나온다. 잘 나와요! 진경이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회색 스웨터가 물에 젖어 얼룩덜룩했다.

  아이고. 인하가 허리를 펴며 일어섰다. 무심결에 뱉은 신음소리가 그는 부끄럽다 생각했다.

  저기... 진경 씨, 저는 괜찮으니까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혼자서 그렇게 붙들고 있지 마시고 언제든 불러주세요. 말을 마친듯했던 인하가 조금은 격앙된 채 덧붙인다. 나는 그냥 이렇게 곁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지, 네?


  다 됐으니까 이제 갈게요. 아깐 미안했어요, 화난 거 아니에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선 인하가 말했다. 급하게 가방을 집어 드는 인하의 손을 진경이 홱 잡았다. 밥 해줄게요. 밥 먹고 가요. 인하가 진경의 눈을 바라보았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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