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절한 이웃, 사기꾼을 위한 안내서
# 프롤로그: 베테랑의 훈장
여행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여권에 찍히는 도장과 함께 사기당한 훈장도 늘어나는 법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작정하고 달려드는 그들의 기술은 언제나 내공보다 한 수 위다. 이제는 웬만한 수법에는 넘어가지 않는 베테랑이 되었지만,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나의 처절한 실패담이다.
ACT 1. 택시, 가장 일상적인 함정
여행자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바로 택시다. 나 역시 전 세계 각지의 택시 위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당해보았다.
SCENE 1. 아르헨티나: 눈보다 빠른 손 밤 12시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 피곤에 지쳐 공항 택시 대신 접근해 온 사설 택시에 오른 것이 실수였다. 목적지에 도착해 450페소를 100페소 5장으로 건네자, 기사는 순식간에 10페소 5장을 내밀며 돈을 덜 줬다고 우겼다. 낯선 화폐, 낯선 땅, 늦은 밤. 모든 것이 불리했다. 결국 나는 두 배의 요금을 내고서야 내릴 수 있었다. 내 손을 떠난 돈뭉치가 그의 손에서 마술처럼 바뀌는 순간, 나는 이미 패배자였다.
SCENE 2. 이집트: 기적의 셈법 카이로 공항에서 4인 일행이 200파운드로 요금을 흥정하고 탔다. 하지만 도착하자 기사는 800파운드를 요구했다. 자기는 ‘1인당’ 200파운드라고 했단다. 흔한 수법이지만,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었다. 결국 400파운드를 주고 내리며, 나는 다시 한번 도착 첫날부터 기분을 망쳤다.
SCENE 3. 핀란드: 선진국의 품격(?) 택시 사기는 후진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북유럽 핀란드 헬싱키. 배 시간이 임박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기사는 일반 미터기 대신 휴대폰 앱을 켰는데, 요금 올라가는 속도가 F1 머신급이었다. 4km, 15분 거리에 나온 요금은 50유로(약 7만 원). 내가 타고 갈 배표(35유로)보다 비쌌다. 선진국답게, 사기도 품격 있게 비쌌다.
ACT 2. 친절, 가장 달콤한 독약
때로는 사기꾼들이 가장 친절한 친구의 얼굴로 다가온다.
SCENE 4. 태국: 메롱, 한 잔 할래? 나의 첫 해외여행지, 태국. 클럽에서 만난 한 여성(?)이 건넨 술잔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화장실 다녀오는 척 뒤돌아본 순간, 그녀가 내 맥주병에 무언가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 운이 좋았다. 여행지에서 절대 당신의 술잔을 혼자 두지 마라.
SCENE 5. 튀르키예: 그리스에서 온 친구 이스탄불 탁심 광장. 거나하게 취한 내게 한 남자가 다가와 ‘끝내주는 클럽’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같은 관광객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따라나선 곳은 손님 없는 지하 술집. 앉자마자 여자 종업원들이 합석했고, 10분 만에 200달러짜리 계산서가 날아왔다. 전형적인 삐끼 수법. 그들의 목표는 언제나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외로운 여행객’이다.
ACT 3. 혼돈, 가장 완벽한 무대
정신을 쏙 빼놓는 혼돈 속에서는 베테랑도 속수무책이다.
SCENE 6. 에티오피아: 그들은 팀이었다 아디스아바바의 거리. 동행했던 일행 한 명이 강탈범들의 타겟이 되었다. 그들은 팀으로 움직였다. 한두 명이 다가와 쓸데없는 물건을 사라고 정신없이 말을 걸며 주의를 끈다. 피해자가 그들에게 신경질을 내며 흥분하는 바로 그 순간, 다른 팀원이 뒤에서 가방이나 휴대폰을 낚아채 사라진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끝난 후였다.
불드로의 생존 법칙
이 모든 B급 호러 필름을 찍고 난 뒤, 나는 세 가지 생존 법칙을 체득했다.
1. 먼저 다가오는 친절을 의심하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2.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마라. (가방, 카메라, 스마트폰. 당신이 걸친 모든 것은 그들의 표적이 된다.)
3. 공항에서는 공식 택시나 우버만 타라. (약간의 시간과 돈을 아끼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