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안간다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모로코는 위치상으로는 북 아프리카에 있지만 이슬람교를 믿기에 마치 중동 지역에 온듯한 느낌이 난다. 아마도 스페인이 이슬람 지배를 받을 때 함께 영향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유명 도시 카사블랑카는 Casa(집) Blanca(흰색) 즉 하얀 집이라는 의미이고, 영화 카사블랑카로 익숙한 지명인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멋진 대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처럼 뭔가 낭만적인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의 멋진 해안 도시였다. 도시 동쪽 해안에 있는 cabestan 음식점은 밤에는 멋진 클럽으로 변하는데 현지 친구들과 밤새 춤추고 놀았던 기억이 강렬하다.
[도시 전체가 하얀색]
이런 모로코 왔다면 꼭 가봐야 할 장소! 바로 사하라 사막이다. 이전에 다른 사막에 가본 적은 있으나 미국 땅 덩이보다도 크다는 사막 중의 사막, 사하라를 가봐야 지구별 여행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하라 투어는 카사블랑카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거리인 마라케시라는 도시에서 출발한다.
“그래 뭐 그 정도야.”
하루 전날 마라케시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도시 전체가 흰색 건물 일색이었던 카사블랑카와는 달리 붉은 벽돌 건물이 많이 보였고 정비가 잘 되어 깨끗했다.
[마라케시, 붉은 색상 건물]
사막 여행은 당일치기 1박부터 3박까지 있었는데 혼자라 장기간 가는 건 심심할 듯하여 1박 2일 선택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여행사에서 픽업을 나왔다.
아 그런데 그렇게 장거리 이동 할 줄은 몰랐다. 중간에 ‘아이트 벤 하도우’라고 영화 글래디에이터, 미라 등 여러 유명 영화 촬영지에 잠깐 머물기는 했으나, 꾸불꾸불 산길을 8시간 동안이나 이동했다. 차가 계속 심하게 흔들리니 피곤해도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서 목적지 사하라 사막에 도착했고, 다시 낙타로 갈아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하는데 낙타 타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처음 타는 거라 요령이 없는데 배낭까지 짊어지고 있으니 균형 잡기가 힘들었다. 따라서 낙타를 탄다기보다는 낑낑대며 안 떨어지려고 버티고 있는 형국이니 그 힘듦이 상상 갈 것이다.
이동해서 야영지 도착했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었으나 모로코는 이슬람 영향으로 술 파는 곳이 드문데 사막 한가운데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태양광 발전으로 최소한의 전기를 이용하는데 선풍기도 없다. 다만 그냥 야영 텐트에서 자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시설, 천막에 침대까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좋은 시설에 만족하고 잠을 청하는데 너무나 후텁지근하다.
밤 10시인데 기온이 35도. 이게 실화냐? 듣기로 열대야 기준이 25도라고 하는데 35도면? 이건 울트라 특급 열대야다. 선풍기도 없는데 잠이 올리가 없고, 숨이 턱턱 막힌다. 별 수 없이 천막 밖으로 나왔고, 야외의 소파 의자에 누워 본다. 그래도 막힌 텐트와는 달리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니 훨씬 나았다. 그러나 여기는 사막 한가운데 아닌가? 다른 불안감이 엄습한다.
영화 보면 사막에(특히 밤에) 전갈 같은 게 나오던데 혹시 자는 사이에 물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불안감에 한숨도 잘 수 없다. 그러나 불변의 법칙!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다만 좀 더디냐, 빠르냐의 차이! 마침내 새벽 5시가 되어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니 희망이 생겼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여기를 탈출하겠구나’
6시가 되어 날은 완전히 밝고 지구 최대 사막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이 기분.
“그래 이 기분 느끼려 어제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오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운거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낙타 타고 비몽사몽 1시간 이동하는데. 혼자 중얼거렸다.
“사하라 사막 멋지다. 그러나 다시는 오지 말자!”
이후 다시 흔들리는 차로 8시간 이동해서 마라케시, 2시간 30분 기차로 카사블랑카 숙소 도착. 정리해보면 1박 2일 동안 20시간 이동 + 초 열대야에 뜬 눈으로 밤새우기. 잠깐의 사하라 사막 멋진 풍경 보려고 개고생 했다.
고생했기에 추억이 더욱 방울방울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