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다양성
연말연초, 직장인의 심장은 얕은 지진처럼 흔들린다. 승진자 명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술잔을 기울인다. 나 역시 그 지진에 함께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40대,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의 안장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야생마로 갈아타기로 결심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깟 승진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회사를 왜 다니는가? 대부분은 ‘돈’ 때문일 것이다. ‘돈 안 줘도 다니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직장인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승진’이라는 거래를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
관문 1: 과장 – 비교 지옥의 시작
사원에서 대리까지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진짜 지옥은 ‘과장’이라는 첫 관문에서 시작된다. 입사 동기는 승진했는데, 나는 미끄러졌을 때의 그 박탈감. 연봉 몇 백만 원의 차이보다 ‘내가 뒤처졌다’는 상대적인 비교심이 우리를 괴롭힌다. 그 마음,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 분한 마음에 나를 잠식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차라리 그 경쟁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라. ‘그래? 그럼 나는 재테크로 너를 이겨주마.’ 그렇게 5년, 10년 뒤를 내다보며 당신만의 부(富)를 쌓기 시작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관문 2: 부장 – 영혼을 저당 잡히는 계약
차장까지는 어찌어찌 올라간다. 하지만 ‘부장’부터는 본격적으로 당신의 영혼을 저당 잡혀야 한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은 물론, 사내 정치와 평판 관리가 필수적이다. 회사를 향한 불만은 입 밖으로 낼 수 없고, 수많은 술자리에 끌려다니며 ‘좋은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는 연봉 차이는 고작 1,400만 원. 세금을 떼고 나면 월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당신의 영혼과 맞바꾸기엔 너무나 초라한 대가다.
관문 3: 이사 – 별인가, 노예인가?
직장인의 ‘별’이라 불리는 이사. 하지만 나는 이 자리를 ‘최고급 노예 계약’이라 부른다.
이사가 되기 위해 당신은 주말의 등산과 골프를 포함한 당신의 모든 사생활을 회사에 바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조금 더 높은 연봉, 그리고 언제든 잘릴 수 있는 ‘계약직’이라는 신분이다. 사장은 그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당신을 더욱 철저하게 부려먹을 것이다. 당신의 모든 신경은 회사에 집중되고, 말 한마디 실수하지 않았을까 밤새 뒤척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과연 빛나는 별의 삶인가, 주인의 눈치만 살피는 노예의 삶인가?
퇴직 후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이사님’이라며 따르던 모든 이들은 당신의 직급이 사라지는 순간, 거짓말처럼 떠나간다. 군대의 장군이 사회에 나온다고 장군 대접을 받던가? 짧은 영광의 순간이 지나면, 기나긴 상실의 시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승진을 통해 인정받고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당신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사생활, 취미, 자기계발, 재테크의 기회… 이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그 자리가 가치 있는가?
인생의 길은 여러 갈래다. 나는 직급 승진에 얽매이는 대신, 그 시간에 나만의 실리를 찾기로 했다. 그렇게 다른 노력과 ‘놀이’를 통해, 나는 훨씬 더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었다.
지난 10년간 내가 직접 실천하고 증명해온 그 모든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