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 경주를 멈추기로 했다

뛰어내리려던 그날, 다른 삶이 시작됐다

by 불드로

차가운 쇠 난간을 붙잡았다. 열세 개 층 아래로 도시의 불빛이 아찔하게 흔들렸다. 넥타이가 목을 조르는 듯 답답했고, 뱉어내는 담배 연기 속에서 지독한 알코올 냄새가 났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이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도 끝이겠지?’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스트레스 없는 영원의 세상. 그곳엔 상사의 폭언도, 신기루 같은 승진도, 배신감의 상처도 없을 터였다.


대한민국에서 마흔이란 그런 나이다. 내 삶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등 떠밀려 달리는 경주마였음을 깨닫는 나이. 10대엔 명문대를 향해, 20대엔 대기업을 향해, 30대엔 더 높은 연봉과 아파트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마흔, 나는 영혼 없는 질주의 끝에서 번아웃된 엔진처럼 멈춰 서 있었다.

내 명함은 ‘차장’이었지만, 진짜 직업은 ‘예스맨’이었다. 영혼 없는 술자리에 끌려다니며 비위를 맞췄고, 부당한 지시에도 죄인처럼 복종했다. 몸은 술과 담배, 스트레스로 역대 최고 몸무게를 기록했고, 텅 빈 속은 허전함을 이기지 못해 또 다른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나’를 잃어가는 동안, 간절히 원했던 승진은 몇 해째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을 미끼로 접근한 지인에게 사기까지 당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신체도, 정신도, 인간에 대한 신뢰마저도. 모든 것이 재가 되어버린 것 같던 바로 그 순간, 가장 깊은 절망의 바닥에서 꺼지지 않은 불씨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즐겁게 살고 싶다’는 아주 작고 순수한 욕망이었다. 억눌려 있던 본능이 터져 나왔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의 길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 작은 불씨는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이 되어 내 안의 모든 것을 태웠다. 두려움, 체념, 그리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던 가짜 나를. 마침내 나는 난간에서 돌아섰다. 뛰어내리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래, 그까짓 승진! 그까짓 회사! 다 집어치우자. 나는 오늘부터 나를 위해 살겠다!”

그날 이후, 나는 텅 빈 종이 위에 내 인생의 지도를 새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 중앙에는 ‘성공’이나 ‘부’가 아닌, ‘건강한 신체’를 적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유쾌한 취미’, ‘세계 여행’, ‘경제적 자유’라는 별들로 채워나갔다. ‘놀면서 돈도 버는 삶’이라는, 남들이 보기엔 허황된 꿈을 진지하게 설계했다.


[그렇게 만들어본 인생 설계]

스크린샷 2023-10-25 210746.png


[세부 계획]

스크린샷 2023-10-25 210734.png


[장기 인생 계획]

스크린샷 2023-10-25 210828.png


이 책은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이라는 경주를 포기하고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어낸 한 남자의 유쾌한 실패담이자, 나름의 성공담이다.

지난 10년, 경주마의 안장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야생마로 달렸던 나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서문 삽화.png



불타는 영혼 페드로(불드로) 드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