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부었어요
해외에 살면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갑자기 아플 때이다. 모스크바에 온 지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살면서 처음으로 구급차를 불렀다.
10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알레르기 비염의 재채기도 있어, 남편에게 약국에서 약을 사 오길 부탁했다. 한국의 약국처럼, 모스크바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은 근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남편이 사 온 약 한 종류가 나와 맞지 않았다. 면역을 높여준다며 약국의 추천을 받아 사온 약을 한 알 먹고, 난생처음 윗입술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여보, 나 입술이 이상해.” (사진 전송)
“왜 이렇게 부었어?”
“아까 그 약 먹고, 점점 부어오르는 것 같아.”
마침 그의 퇴근시간이었다. 남편은 내 입술을 보더니, 아무래도 구급차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휴대폰을 열어 103 (스코라야 파모쉬, 응급/구급차)을 눌렀다. 모스크바의 구급차 이용은 누구나 첫 회는 무료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내가 입술이 심하게 부었어요.”
“주소를 불러주시겠어요?”
“네, 주소는...”
“3분 이내에 도착합니다.”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 띵동- 벨이 울렸다. 위, 아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안경을 낀 40대 중반의 남자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인턴처럼 젊은 여자였다.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CSI 수사대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러시아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나를 대신해, 남편은 증상을 그들에게 설명했다. 내 입술을 가까이에서 요리저리 살피던 여의사가 남편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아내 분 입술이 도톰한 편인가요?”
바로 통역을 해준 남편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도톰한 입술의 앤젤리나 졸리는 섹시하기라도 하지, 이 입술은 누가 보아도 딱 아플 정도로 부었다. 설마, 한국인을 처음 만나는 건가? 우리의 정상적인 입술은 이렇지 않다고! 그들은 약통에서 주사를 꺼내 내 팔에 놓았다. 갑자기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간지러웠다.
“몸 안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 이래. 몸이 일시적으로 간지러울 수 있대.”
“응- 몸 안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아. 휴-”
구급차를 통한 진료를 받고 입술은 조금 가라앉았다. 한 시간 후 그들은 나의 상황을 체크하는 전화를 했다. 긴박한 순간들이 지나고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자, 조심스레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아까 사진 찍고 싶었어.”
“어, 사실은 나도...”
“살면서 구급차는 처음 불러봤는데. 뭔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
“둘 다 캐릭터가 있었지?”
“응, 이 경험은 나중에 글로 써야겠다.”
“근데- 자기 입술 아직 부어있어. 아무래도 내일 방문의사 한번 더 부르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이 부어있던 입술은, 다음 날 집에 방문한 의사가 써준 처방전의 약을 먹고 다시 평범함을 되찾았다. 그 후로 다시 입술이 붓는 일은 없었다. 가끔 아주 얇지도 않고, 두툼하지도 않은 보통의 내 입술을 보며 그 날을 생각한다. ‘지금의 내 입술이 딱 좋아. 휴-‘ 사진은 못 찍었지만 다시는 이 곳에서 103 구급차를 부르는 일은 부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