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래 장편소설 《이탈-그 여름의 추억록》 제3부
사단 사령부가 명령을 하달했다. 월요일부터 정찰대 전 전투소대 병력이, 6개월 근무 후 대다수 위로 휴가로 빠져나간 옆 19사단 GOP 경계 병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철책 근무지원에 투입되는 것이었다. 파견 인원은 일요일 오후에 군장을 꾸렸다. 그 저녁에 김신혁과 대학 교련 혜택으로 3개월 먼저 나가는 차요철의 전역 회식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 시간에 그는 격납고 근무를 나왔기 때문에 일, 이등병들의 막춤 재롱에 끼지 않을 수가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도 미쳐버렸을 것이었다. 난 그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사병으로 끌려왔고, 넌 의무도 때우고 봉급도 받아 처먹기 위해 일정 기간 직장 생활하는 차이밖엔 없다. 무슨 무슨 학교? 무슨 무슨 과정? 개나 물어 거라지. 그딴 건 누구든 다 할 수 있다. 돈을 받고 지위가 보장되는데 무얼 못하랴. 그래, 개자식아. 난 검정고시 출신이다. 비열한 자식……, 그렇게 그는 자꾸 치밀어 올랐다. 김계식 개자식, 차요철 그 변태 새끼, 1호차 살쾡이 놈, 김신혁이 자식, 사디스트 조병주 그 미친놈, 서정팔 그 병신 같은 개새끼, 김철용 그 찢어 죽일 놈, 그런 잡종 새끼들. 그런 머저리 같은 새끼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30개월을, 아니 그 후유증을 포함하면 적어도 십수 년의 인생들을 앗아가는 것이다. 그것들을 다 죽여 버리지 않는다면 다른 것들도 똑같이 머저리 병신으로 길들어 내보내질 것이다……, 그는 그렇게 울분하고 있었다. 어디 내가 너희 같은 새끼들, 품질 나쁜 잡종 새끼들에게 길드나 한번 두고 봐라……. 그는 이를 앙다물었다.
4사단 정찰대 근무지원 병력은 육공트럭과 닷지에 완전군장으로 나누어 타고 미치령 초입 헌병검문소를 통과해 19사단의 통제 지역으로 들어섰다. 한참 올라갔을 때 비포장 길도 끝이 났다. 하차한 후에는 능선에 패인 순찰로의 셀 수없는 계단을 타고 각 2개 반씩 배정된 소초를 찾아 오랫동안 행군했다. 그의 조가 들어갈 소초는 제일 멀었고 제일 높은 데 위치했다. 그는 오후 늦게 서야 26소초의 한 뼘이나 될까 한 마당에 올라설 수 있었다. 고도 1,100미터가 넘는다고 하는 그 소초엔 강력한 바람이 때려댔고 언제 여름이었냐는 듯 서늘하다 못해 싸늘했다. 땀에 절은 그의 군복이 차갑게 붙었다.
윙윙거리며 그는 처음 보는 부식 수령용 케이블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케이블카 소리는 3년 전 그가 친구와 후배 몇과 함께 동해안으로 무전여행인지 배낭여행인지를 갔었을 때 들었던 것과 비슷했다. 그건 아주 오래전 일만 같았다. 그녀의 집을 뛰쳐나왔던 그해 여름이었다. 그 늑대클럽 일행 중에는 그녀 집 대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둘도 있었다. 일행은 술병을 여러 개 비워대느라 돌아올 차비를 간과했다. 늑대 무리는 태백산맥을 그냥 걸어 넘기로 했다. 그는 그게 아마 흐린 날이었을 거라고 기억했다. 앞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한 데다가 거센 바람에 걸음이 흔들렸다. 구불구불한 그 고개, 아마도 석탄 공장이거나 그와 비슷한 컴컴한 건물들의 윤곽이 어스름한 비탈길에서 들었던 그 기계 소리, 뭘 옮기느라 시커멓게 공중에 매달려가던 케이블카 비슷한 물체의 깅깅, 하는 기계음이 떠올랐다. 그는 그 거칠던 길, 바람이 세차던 옛날의 그 고개를 잠시 생각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구불구불하고 아슬아슬한 능선들과 그 좁다란 등 위로 연결된 끝없는 철책의 어느 한 점에 26소초가 놓여 있었다. 키 높은 철책 너머 감감하지만, 대형의 북한 확성기로 새된 목소리의 여자가 기막히게도 ‘남조선 국방군 제4사단 정찰대 동무들’을 환영한다 어쩐다고 했고 능선을 쩡쩡 울렸다. 북한 여자들의 간드러진 노래가 멈춘 뒤엔 다시, 넘어오기만 하면 영웅 대접을 해 주겠노라며 격양된 음성으로 열성적이게도 꼬드겼다. 생경한 북한 여자의 음성에 호기심이 일었던 그도 포대경을 잡고 북한 쪽의 위장 마을을 둘러보았다.
소초의 막사가 드센 바람을 막아선 양달의 좁은 공터에 까만 빠삐용(papillon)*1들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소초 병력은 그 나비를 그렇게 불렀다. 프랑스어 이름을 가진 그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의 맨 팔뚝에 앉았다. 그가 살살 날개 짓하는 그 빠삐용을 잠잠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팔뚝에―아니, 가슴이었던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나비 문신을 한 어느 무기수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몇 장면이 떠올랐다.
아침은 마찬가지로 케이블카로 올라온 햄버거였고 그건 정찰대 취사병들이 더 잘 조리했던 듯했다. 그만한 고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메뉴일 터였다. 소초에 남아 있는 19사단 병력은 실탄을 끼워 넣은 숏(short) 탄창을 소지하고 야간 경계근무를 돌았다. 정찰대 인원들은 어기적거리며 그 뒤를 좀 따라다니는 시늉을 하다가 낮에는 자거나 놀았다. 그가 듣던 대로 역시 철책 사단이 몸은 편했다. 그러고 이삼일인가 지났을 오전이었다. 그는 침상이 쿵쾅거리는 소리와 진동으로 잠이 깼다. 모포에 기대 늘어져 있는 정찰대 인원들 보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녹색 견장을 찬 소초 병장이 침상에 머리를 박고 있는 분대원 여섯을 발로 밀어 차고 있었다. 꽈당꽈당하며 연달아 넘어가는 소리가 울리는데도 그가 돌아보니 정작 정찰대 인원들은 딴 데만 보고 있었다. 그는 일단 잠을 다시 좀 자고 싶었고, 어차피 다른 집일이지만 그래도 저희를 도와주러 온 손님 대접에 대한 불만에다가, 딴청을 피우고 있는 정찰대 인원들에게도 확 짜증이 올랐다.
“에이, 씨팔. 어디나……”
그가 푸념했다.
“어이, 거기 아저씨. 그만 하시지?”
분대장으로 보이는 녹색견장에게 그가 그렇게 일렀다. 견장이 눈을 부라렸다.
“너 이리 와봐.”
견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무리 다른 부대지만 간덩이가 부은 이등병을 제 쪽으로 와보라고 손짓했다.
침상에 선 견장은 발로 한번 먼저 내지를 심산인 듯 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었다. 어차피 정찰대인원들은 계속 쭈그러져 있었으니까.
“나보고 오라고? 그러지 뭐.”
그가 호응했다. 슬리퍼를 찾아 꿰고 직직 끌면서 견장 쪽으로 가다가 한번 뒤를 돌아보았을 때 서정락의 시선과 마주쳤다. 서정락은 불에 덴 듯 눈을 돌렸다. 슬슬 그 병장에게 비스듬히 다가간 그는 한 방, 아랫배에다 주먹을 꽂아 넣었다. 무너진 견장은 숨을 쉬지 못했다. 견장의 질식된 눈에 그의 양 가슴에 박힌 하얀 윙들이 들어올 터였다.
군대에서 그는 점점 잔인해졌고, 타락했으며, 낙망과 절망으로 모든 게 허망해졌다. 자신이 너덜너덜해진 걸레 같았다. 그 중에 제일 지독한 것은 더러운 인간들과 같이 묶여 있다는 것이었다. 군대에 온 건 나 자신에 대한 포기가 아니었을까, 가지껏 경멸받아 마땅한 의타심이 아니었을까, 이런 게 나 자신에게 행한 범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렇게 그는 절치부심했다. 그는 다시 니체를 한번 읽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는 그때엔 자신이 얼마나 더 엉망으로 망가져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책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술 한번 연습할 수도 없었다. 그가 스스로 갖추고자 했었던 것은 영혼적인 것뿐만 아니라 몸과 거기에 결부된 정신의 단련을 도정으로 하는 어떤 극의(極意)를 향한 깨달음이었다. 무도는 이런 곳에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작업하다가 쉴 때 어쩌다 그 광대 짓 같은 투견놀이 따위 말고는. 이러려면 도대체 뽑아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땀으로 도복을 푹 적시며 발차기라도 한바탕 실컷 연습하고 싶었다. 그녀의 동네 뒷산에서처럼. 그걸 지켜보던 ‘세라’도 떠올랐다. 태권도가, 그 무수한 시간들의 단련이 아니었으면 자신은 예전에 다른 쪽 길을 걸었을지도 몰랐다. 도장을 나서 걸었던 그 늦은 밤거리의 불빛은 너무나 평온한 것이었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책을 좀 읽고 싶었다. 머리는 멍해지고 아둔해졌다. 책을 많이 읽은 이가 선인(善人)일 수 있을 것이며, 세상에 정의와 은혜를 던져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관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인간들 중에 악인(惡人)이 사실 더 많았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스스로 재고해볼 지성이 없어서일 터였다. 자신이 고졸검정고시에다가 변변찮은 전문대를 조금 다녔었다는 게 제대로 된 사고체계, 그런 지성의 자격요건에 무슨 하자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건 하등 상관없는 문제였다. 이 나라 학교들은 그런 것을 보증하지 못했고 또, 배울래야 배울 수도 없는 것이었으니까.
월등한 사고체계를 가졌던 이들이 몇 번이나 부서뜨리려 했어도 아직 세상은 끄떡없고, 오히려 생각할 능력이 없는 자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산에서 내려왔을 때, 진실 된 언어들의 밀림을 떠나왔을 때, 그는 저지대의 인간들을 도무지 견뎌낼 수가 없었다.
밀린다 왕(王)이 비구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알면서 악행을 짓는 사람과 모르고 짓는 사람 중에 누가 더 과보(果報)를 크게 받습니까?”
“모르면서 악행을 짓는 이가 그 악행의 과보로 받는 화(禍)가 더 큽니다.”
비구가 대답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 왕자나 대신들이 모르고 잘못을 범한다면 보통 사람 갑절의 벌을 내려야겠군요.” 왕에게 비구가 반문했다.
“왕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뜨거운 화로를 어느 사람은 모르고 잡았고 다른 사람은 알고 잡았다면 어느 쪽이 더 화상을 심하게 입겠습니까?”
“그야 물론 그게 뜨거운 줄 모르고 잡는 사람이 더 심한 화상을 입겠지요.”
왕이 대답했다.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줄 모르고 악행을 범하는 사람에게 그 악업에 대한 과보의 화가 더 큰 것입니다.”
비구는 그렇게 말했다.
부대로 복귀한 다음 날이었다. 인근 보병연대 유격복귀 행군 중에 이등병 하나가 즉사했다. 그 이등병이 자꾸 뒤쳐졌는데 제대가 3주 남았던 병장이 복부를 걷어 찬 것이었다. 말년이었던 가해자는 굳이 받을 필요 없었던 유격훈련*2을 타에 모범이 되기 위해 임했었고, 또 평소에 그 이등병을 잘 챙겨주던 이라고 했다.
호랑이가 쉬니까 이번엔 여우가 나댔다. 이름에 ‘팔’자를 붙이는 서넛 중에 하나인 남창용이 8월부로 일병선임이 됐다고 했다. 남창용도 군단교육 멤버였지만 이미 4사단정찰대가 체질이었던 듯했다. 남창용이 취사장에 제 밑으로 집합을 걸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취사장에 들렸던 그는, 조병주보다 한참 어리하게 떠들며 패대는 꼬락서니를 목격하고는 그냥 나와 버렸다. 등 뒤로 자신에게 욕설을 튀기며 고래고래 부르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는 무시했다. 그게 다 끝난 후, 볼일 보러 화장실로 들어간 그가 소변을 보던 그 일병선임에게 바짝 다가갔다. 어깨를 툭툭 치자 돌아보는 남창용에게 그가 상을 찡그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남창팔이, 너도 한번 짓이겨줄까? 서정팔 새끼처럼?”
뜨악한 남창용은 고개부터 설레설레 흔들었다.
군대에 온 것 빼고 그는 애초부터 자신이 무얼 잘못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지금껏 해 왔던 것처럼 말고는 달리 더 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걸 내가 오롯이 짊어져야 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그는 그렇게 자문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은 무슨 큰 죄를 진 일이 없었다. 이 나라에 나고 자란 것만으로 원죄가 성립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잘 판단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모든 것을, 그 모든 짓거리를 그만 두기로 했다.
*1 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 영화는 미국에서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만 주연으로 1973년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원작은 픽션이 아닌, 한 무기징역수의 생생한 실록 자서전 《빠삐용》을 각색한 것이며, 영화의 주인공 앙리 샤리엘이 바로 저자이다. 이 영화는 행복이 무엇이며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2 적지나 전열 밖에서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적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기술을 숙달시키는 훈련. 미 육군 레인저부대의 레인저 훈련(ranger training)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국 육군은 보통 일주일동안 유격장에 입소해서 단축된 기간과 종목으로 훈련받는다. 행군으로 입소하며 주 훈련내용은 기본 PT체조와 기본 장애물 코스, 한 줄, 두 줄, 세 줄 타기와 암벽레펠 등의 산악코스, 화생방 훈련, 도하훈련을 행하고 행군으로 부대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