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시간보다 꽤 늦게 아스완 역에 도착했다. 시간만 보면 긴 시간을 쉬었지만 씻지 못 한 채 좁은 기차칸에서 있다는 것 자체 가 왠지 에너지를 소비 한 느낌이었기에 크게 쉬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스완역에 도착을 했지만 앞으로 남은 여행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채 기차에서 내렸다. 물론 이집트 박물관에서 앞으로 남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야간기차가 모든 설렘을 앗아가벼렸기에 남은 여행에 대한 건 걱정과 의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스완에 워낙 늦게 도착했기에 숙소에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역에서 가까운 선착장으로 가서 크루즈에 체크인을 했다. 나일강을 운행하는 크루즈로 앞으로 3박 4일간의 숙식을 해결해줄 이도하는 숙소였다. 체크인을 했지만 방에서 씻거나 쉴 수는 없었다. 가방 만 넣고는 바로 다음 관광지로 이동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뭔가 정착지가 생겼다는 생각 때문인지 조금은 편안해진 느낌이 들었다. 짐을 풀고서 바로 이동 한 곳은 필레 신전이었다. 필레섬에 있어 필레 신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이시스를 모신 신전으로 아스완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빠지자 해체해 근처 섬으로 통째로 옮긴 곳이다. 신전을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가야 했다. 배라고는 하지만 작은 모터보트로 이동 시간도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당한 속도로 물 위를 움직인 덕분인지 선선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머릿속까지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바람 덕분인지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에서 내리고 선착장을 벗어나니 필레신전 외벽에 새겨져 있는 이집트 신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마치 초점이 맞는 안경을 쓴 듯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있는 이집트 신 조각들과 회랑과 기둥에 새겨져 있던 상형문자를 보니 진짜 이집트 여행을 왔구나 싶었다. 직접 본 상형문자는 피라미드보다 더 큰 충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상상력과 큰 여행의 기쁨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신전도 색다르게 보였다. 그동안 유럽에서 봤던 신전보다 더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번 여행의 초점이 맞춰지니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선지 가이드가 들려주는 이시스에 대한 이야기와 상형문자에 대한 것 해설이 재미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진짜 이집트 여행이 시작되었다. 약 한 시간가량의 신전 투어가 끝난 뒤 숙소인 크루즈로 돌아왔다. 드디어 샤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약 사흘 만에 세수다운 세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그동안 쌓인 여독이 한 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제야 여행 준비를 마친 기분이었다. 앞으로 피라미드가 아닌 신전들 중심으로 이집트를 여행할 예정이지만 피라미드를 볼 때 보다 더 큰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좀 더 이집트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살아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은 4시 기상 5시 출발이었다. 버스로 4시간을 가야 하는 일정이기에 그나마 회복한 체력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