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반기 40대 여 버텨라
인생은 원래 힘든 거다.
저녁 약속을 위해 오랜만에 사당역에 갔다. 예전에 아마추어 연극을 약 3년가량 한 적이 있는데, 연습실이 사당에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갔었다. 물론 늘지 않는 연기력 때문에 관두긴 했지만, 그 당시 얻은 자신감과 경험 그리고 인연들은 지금 퇴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습을 하고 작품을 공연하면서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게다가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인연들도 만났고 덕분에 운 좋게 희곡을 써서 작가로도 데뷔를 하기도 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나에게는 퇴사 후 삶에 대한 자신감을 넣어주었다. 물론 불안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불안감을 상쇄시켜줄 만한 자신감이 있기에 과감히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오늘은 대학교 동기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약 18년간의 공문원 생활을 하면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라 대부분 그 친구의 고민을 듣는 자리였다. 그 친구의 첫마디는 '40대 중반이 되니까 지친다.'였다. 딱 그런 시기라는 것이다. 딱 그런 시기인 것 같다. 20대 후반은 일을 하느라 다 보냈고, 30대는 아이를 키우면서 다 보낸 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버텨라'였다. 좀 치사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현재 위치를 지키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버티라는 이야기밖에 해줄 수 없었다. 그래도 요즘은 회사에서 에너지를 좀 적게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억지로 줄이는 게 아니라 에너지가 그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웃음과 함께 말이다. 나는 회사 다닐 때 후배들에게 회사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쓰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자신의 계발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그 조언이 잘 못 됐다는 걸 알았다. 나야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일을 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스템도 알고 일에 대한 노하우를 알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지만 후배들은 잘 모르고 아직은 쌓은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그게 힘들다는 걸 오늘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친구는 막걸리 한잔 들어가자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며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이 원래 괴로운 건 알고 있다고, 가끔씩 오는 행복 때문에 사는 건 안다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다고. 그 비슷한 말을 후배에게 한 적이 있다. 인생은 원래 괴로운 거라고. 단지 가끔 그 사실을 잊었을 때 덕분에 버티는 거라고.
주변의 지인들을 보자니 40대를 너무나도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 같다. 회사, 가족 그리고 자신 인생의 책 인감으로 인하여 힘들게 보내고 있다. 힘들게 인생의 중반기를 보내고 있는 40대들에게 힘내라는 말보다는 일단은 버티라는 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