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 몰래 산 물건

월광보합

by Bullee

어린 시절 내 보물 1호는 ‘재믹스’였다. 대우전자에서 발매한 재믹스는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듯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할 만하면 그만해야 했기 때문에 이럴 거면 왜 사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부모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오락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오락실에 있는 게 걸려서 혼나긴 했지만 이미 게임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나에회초리는 큰 두려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레트로 게임기를 보면 충동의 욕구를 억누를 수가 없다. 물론 pc에서 에뮬레이터로 할 수 있지만, 레트로 게임은 게임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최대한 구매하려고 한다. 관건은 각시의 눈을 피해 사야 한다는 것. 월광보합을 봤을 때 당연히 사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나의 동전을 가져다 보시했던 오락실의 향수가 너무 그리워 앞뒤 생각 없이 구매했다.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였다. 숨길 수 없는 그 크기에 압도 당하 게임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막상 하려고 하니 너무 각시의 눈치가 보였다. 32인치 모니터 앞에 앉아서 오락실처럼 게임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자 앉아서 하려니 얼마나 궁상맞은지..;; 어린 시절 추억을 살려준 월광보합과의 인연도 짧게 끝났다. 아무래도 게임보다는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며 게임을 했던 당시의 두근거림이 더 그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임기는 지금 뽁뽁이에 쌓여서 창고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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