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피해자가 겪는 고통
정부가 투자한 연구원에 근무하는 30대 후반의 김 씨. 40대 중반의 선임연구원 이 씨로부터 팀원 7명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입사한 지가 몇 년인데, 발로 쓴 보고서냐!’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튿날 연구원 정기연수가 있었는데, 이 선임 동기들끼리 김 씨의 험담을 하더라는 얘길 전해 들었다. 뒤늦게 박사학위를 받고, 대기업에 취직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연구가 좋아서, 돈도 포기하고 임용됐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문가로서 상처를 받았다. 더 참기 힘든건 나를 깍아 내리는 소문들이다. 밥생각도 없고, 잠도 오질 않아 지인의 권유를 받고 정신건강진단의학과에 갔다. ‘급성스트레스장애’란다.
편의점 개업을 위한 영업사원 양씨. 20대 초반의 여성 수퍼바이저로 입사했다. 남성 중심의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전국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입사 1년이 되었지만, 양 씨가 속한 팀의 실적은 매번 꼴찌다. 참다못한 팀장이 전화했다. ‘XX 놈아! 너 때문에 우리 팀이 매번 꼴찌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강서구 건은 왜 네 마음대로 했어. 뇌피셜 돌리지 말고 까라면 까라는 대로 해! XX!.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제발 똑바로 좀 하자!’. 집에서 싫은 소리 한번 듣지 않고 자랐는데, 갑작스러운 욕설과 고성, 폭언에 회사에 복귀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팀 회의 날. 팀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김 대리는 ‘네가 그따위로 일하니까 로스만 나잖아! 너 밖에서 일은 하냐? 너 한 시간 단위로 전화해서 보고해! 절대로 네 맘대로 하지 말고. 알았어? XX’. 한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팀장이 불렀다. ‘야! XX. 너 이따위로 할 거면 다른 회사 알아봐! 더는 우리 팀에 X 칠하지 말고!’ 하며 보고서 자료를 집어 던졌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팀장의 목소리, 회의실만 생각하면 가슴이 막혀온다. 숨쉬기조차 곤란하다. 나를 보는 사람들은 왜 말을 더듬느냐고 한다. 병원을 갔더니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란다.
급성스트레스장애는 외상 사건의 반복적 기억, 고통스러운 꿈과 같은 침투증상, 긍정적 기분을 잘 느끼지 못하는 증상, 사건의 중요한 측면에 대한 기억이 어려운 해리 증상, 수면 장해, 짜증이나 분노 폭발, 과잉경계, 과장된 놀람과 같은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사건에 노출된 후 3일부터 1개월 이내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급성스트레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50%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권석만,2013. 제242면 참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그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거나 강렬한 심리적 고통이 따를 수 있다. 또한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기억, 생각, 감정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사람, 장소,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 ‘나의 뇌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어’, ‘세상은 완전히 위험 천치야!’와 같은 부정적 신념을 나타내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아울러 평소에도 늘 과민하며 주의집중을 하지 못하고 사소한 자극에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이 1개월 이상 나타나 일상 생활에 심각한 장해를 받게될 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된다(권석만, 2013, 제230면 참조).
직장 괴롭힘은 개인의 행복감을 감소시키며, 우울·불안·무기력·두려움·불면증·대인기피증·정신적 쇼크 등 다양한 정신문제와 심각한 정서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매뉴얼. 제32면 참조). 우리가 괴롭힘을 예방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 참고문헌
1. 권석만(2013). 현대이상심리학. 학지사.
2.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매뉴얼. 안전보건공단.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