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놀 때는 지났다.

긴 화요일

by NFP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친구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음을 느낀다.
우리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내내 같은 반이었던 단짝이다. 내가 올해 37살이니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25년이 되었다.
우리는 살아온 날 중 알고 지낸 세월이 더 많다.
오늘 우리는 작정을 하고 만났다.

'신나게 놀다가 12시 넘어서 헤어지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6시 30분에 만났다.
그리고 정확히 2시간 만에 헤어졌다.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점점 더 사는 게 재미가 없어. 뭐를 해도 기대가 되지 않아."


초등학생 때 우리는 뛰어다니는 것도 재밌었다.

이 세상 모든 게 흥미로웠고, 새로웠고 신기했다. 매일매일 재미가 넘쳐났고, 삶은 놀이였다.
중학생 때는 배꼽 빠지게 웃을 일이 많았다. 실없는 나의 말에도 우리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었고, 심지어 누구 하나가 넘어져도 웃음 폭탄이 터졌다. 하굣길에 사 먹는 컵볶이 하나에도 행복이 가득했다.
고등학생 때는 쉬는 시간 매점에 달려가서 빵을 사 먹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점심시간에 강당에 가서 배드민턴을 치는 것도 하나의 낙이 었다. 때로는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었다.
대학생 때는 간절히 놀고 싶은 때였다. 새벽까지 놀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우리 엄마도 어지간히 무서웠지만, 친구 엄마도 만만치 않으셨다.
10시만 넘어도 득달같이 전화가 왔다.

우린 여행을 가고 싶었고, 밤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싶었고, 마음이 맞는 날은 바닷가로 달려가 모래사장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싶었다. 그럴 마음이 넘쳐나고, 그럴 체력이 됐다. 하지만 못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즐기던 홍대 클럽이라던지, 나이트 같은 밤 문화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인생에서 제일 반짝반짝하던 시절, 놀고 싶었던 때 못 놀았다.

그것이 아쉽기도 하다 우린 이야기했다.


오늘 우리는 충분히 놀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위기에 휩쓸렸다간 내일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 노는 것이 마냥 즐겁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모든 것에 때가 있듯이 이렇게 노는 것에도 때가 있다고 느낀다. 노는 것이 끝났다고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적어도 밤늦은 시간까지 술 한잔 기울이며 시끄러운 곳에서 떠들며 놀 때는 지났다.


많은 일을 이미 경험한 우리는 쉽게 설레지 않고 쉽게 기대하게 되지 않는다.

소풍을 앞두고 기대감에 콩닥콩닥 잠 못 드는 밤이라던지, 수련회 날 아침 새벽부터 눈이 번쩍 뜨이는 날 같은 건 이제는 없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조금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다.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후회되는 마음이다.
지금 나는 그렇다면, 무슨 때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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