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만남에 관한 어떤 글에서 인연이란 당신 삶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오는 사람, 한 계절에만 등장하는 사람, 혹은 평생 동안 만남을 갖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럼,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
매주 토요일 아침이 조금 더 분주해졌다.
라이딩에 갓 입문한 팀 막내에게 코스와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느라 - 이 세계로 인도한 자로써- 그날의 날씨는 물론, 코스, 집결시간, 끝나고 맛집까지 준비해 간지 두 달 쯤이 되어간다.
막내는 좀 더 어리고 성별이 남자다 보니, 확실히 나보다 빠르고, 스퍼트가 좋으며, 더위에 약하다. 신나게 달리고 싶어 하는 욕구는 정오의 태양 아래서는 완전히 퍼져버리고, 언덕을 올라갈 때 계산되지 않은 변속으로 구르는 재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바퀴 바람 체크 시기를 미리 알려주지 못해서 작은 돌조각에도 펑크가 나기도 했으며, 거친 턱을 지나갈 때는 엉덩이를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왜 알려주지 않아서 자기 엉덩이만 불나게 만들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중간 지점에서 선크림을 다시 바르라는 나의 잔소리에 화장실 밖에서 대답만 ‘네’하고는 피부가 다 뒤집어져 뻘개서 출근한 모습도 웃기다. 손이 많이 간다.
어떤 날은 대책 없이 해지는 저녁에 라면까지 먹고 신나게 놀다가,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에서 멧돼지 밥이 될 뻔한 어둠을 겪고 나서야 일몰 이후 시골길 라이딩의 공포를 알았고, 더 가고 싶은 욕심에 일기예보를 하찮게 여기다가 생쥐꼴이 되었던 날도 있었다. 뭐 대충 이만하면 종합코스를 거의 다 밟은 셈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 그 아이를 데리고 무사히 돌아왔다.
어둠이 잠식한 그날은 마을에 드문드문 인적이 남아 있는 그 불빛에 내 시각과 모든 감각을 집중하여 내 허벅지 근육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케이던스(분당 페달링)로 20킬로를 넘게 쉬지 않고 달렸으며(지금까지 라이딩한 날 중 가장 힘을 많이 쓴 날이었다) 후둑후둑 급하게 떨어지는 소나기로 물기와 습기로 고글이 젖어 시야가 흐려지는 순간에도 미끄러짐 없이 안전하게 돌아왔다. 폭염이 찾아왔던 엊그제는 더위에 완전히 퍼져버린 그놈보다 빨리 도착해서, 그놈이 죽기 직전에 청포도 에이드도 공수해왔다.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경험들은 그 아이 기억 속 어느 한 자락에 자리 잡겠지만, 어쩌면 이제 그 아이를 혼자 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라이딩을 하면서 부딪혀야 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은 이제 얼추 다 겪었으며, 우리가 겪었던 그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그 아이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갈수록 보다 안전한 라이딩을 하게 될 것이다. 신체적으로 성별과 나이 차이가 있어서, 요즘엔 평속과 체력에서 확실히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라이딩은 미적지근해질 거니까.
라이딩이라는 것은 매번 짜릿한 경험만 할 수 있는 것도, 매번 다른 코스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껏 해봐야 몇 개의 코스를 가본 게 전부인 나는 처음부터 그 아이를 인도할 수 있는 전문가도 아니었고, 회사 가까이서 갈 수 있는 밀양 구석구석과, 새로운 코스를 찾아 겨우 강정고령보에 한 번 더 갔을 뿐이다. 물론 갈 수 있는 다른 코스도 많고, 더 많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세계를 누군가와 함께 가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나에게 라이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지만, 그 아이에게 라이딩은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아이 역시 내 인생 한여름쯤 되는 이 계절에잠시, 다녀가는 손님일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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