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지혼식을 기념하며
데이트를 하게 된 지 이제 막 1개월을 넘겼을 때였던가. 그이의 왼쪽 손목에 언제나 자리하는 카시오 은색시계, 바지 뒷 주머니 속에 항상 빼놓지 않는 부드러운 손수건. 나는 이 두 가지가 그이를 굉장히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람과는 꽤 오랫동안 함께할 수도 있겠다고 느낀 첫 순간이었다.
내가 지금 몇 시야?라고 물으면 엎어놓은 핸드폰이 아니라 손목시계를 보며 답해주는 사람
내가 매서운 바람이나 슬픈 영화에 눈물콧물을 훌쩍이면 자신 뒷춤의 손수건으로 대신 훔쳐주는 사람
너무 아날로그적이라 생경하고 촌스러울 수 있지만, 따뜻한 체온이 코밑 곁에 바로 전달될 만큼의 다정한 신사다움이 곧 이 사람이 나에게 앞으로 줄 사랑의 형태임을 예감했다.
이윽고 이 사람의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을 길러낸, 이 사람에게 ‘손목시계와 손수건’을 가르쳐준 분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분들이 이 사람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형태는 또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또 거스르고 거슬러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사람의 현재를 길러낸 사랑의 원형은 무엇일까 알아가고 싶어졌다.
동시에 반대로 내가 이 사람에게 줄 사랑의 형태는 무엇인지, 또 거스르고 거슬러 내가 자라면서 받은 사랑의 원형은 무엇인지도 이 사람과 함께 밝혀내고 싶어졌다. 서로가 지금 주고 있는 혹은 앞으로 줄 사랑의 원형을 밝혀내고 이해하는 것, 그 과정이 곧 결혼생활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이내 아주 명쾌하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랑의 원형을 밝혀내고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이 즐거운 것은 분명히 축복이다. 이 선물 같은 1년을 지나, 우리가 지나 보낼 새로운 1년은 또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한다. 일상의 설렘은 해가 갈수록 귀해진다더라. 그것이 흔하지 않음을 알기에 기필코 소중히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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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지혼식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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