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사랑 고백에 실패했다
소심한 자의 소소한 후회
정말이지
말 그대로 이제껏 살면서 고백을 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 그 어떤 여자가 상대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걸 보면 그토록 멋있어 보이는 것을 이 사람은 왜 해본 적이 없단 말인가.
이제는 더 이상 고백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아니 그 상황이 될만한 끄트머리에 가서도 안 되는 유부녀로서.. 남편보다 오래 살면 혹시나 가능할지도) 이거 좀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웃거나 웃기거나 하는 모습이 보기에 편해서,
내가 좋아하는 안경 낀 모습이 잘 어울려서,
무심코 던지는 자상한 말투가 다정해서 등등의 이유로 먼저 좋아하게 된 사람이나 호감이 생겼던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던 것 같고, 나름 필사적으로 푸드덕거리며 소심한 플러팅까지 해 본 적은 있겠지만 결국 심장을 입 밖으로 꺼내는 고백까지 가 본 적이 없단 말이다.
소심한 자에게 있어 고백이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To do list에서 제외된 행위이며, 누군가의 쿨내 진동하는 '아니면 말고'가 불가능한 영역이자 'Go back'의 동음이의어일 뿐이었다.
호기심과 호감, 그 뒤의 짝사랑에 이어 고백까지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뇌와 갈등, 이미지 트레이닝, 가상 시뮬레이션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인데 문제는 고백 뒤에 상대방의 거절이 이어진다면 나의 두부 같은 멘탈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 것이냐 까지가 상상도 하기 싫었던 것이다. 또한 자존감 하락으로 지하 3만 미터 아래로 떨어져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 먼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고백까지 가지 못했어도 그 떨리는 마음을 눈치챈 누군가들이 있었는데, 결국 결정적인 나의 '고백'멘트가 없었기에 지금 와서는 그 썸의 과정이 뭐가 어떻게 진행되어 간 건지, 그 묘하고 신비했을 순간들이 지금에 와서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썸 근처도 가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겠지만.
그때 대차게 차이는 한이 있었더라도 제대로 된 고백 한 번 해봤었다면 좋았을걸 싶다.
꼭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매일 내가 있는 곳 창문 밖으로 네가 언제나 지나가려나 몰래 지켜보았다던가, 거리를 지나가다 간지러운 사랑 노래가 들리면 네가 떠올랐다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이 꼭 너를 생각하는 내 이야기 같았다던가 하는 그런 말들을 해봤더라면.
그 순간순간에 부풀어올라 터져버리기 직전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표현했다면 어땠었을까. 내 인생의 장면들이 아주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 사람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그리고 난 그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현재 아줌마 시점의 내가, 그때의 푸릇하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그렇게 님이 최악은 아닐 수도 있으니, 그래도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으니, 마음 가는 대로 달려가서 한번 이야기나 해 보라고.
그 사람이 네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으니까. 그때 홀로 침대에 누워 울고 웃고 하며 지냈을 나를 일으켜 세워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기회를 주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