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23_낡은 신발

by 부론

방 치우지 않는다고 엄마한테 매일 혼나는 너.


빨래 아무 곳에나 벗어놓는다고 매일 구박받는 너.


씻지도 않고, 침대에 올라가서 매일 잔소리 듣는 너.


오늘 아침 운동을 다녀오다가, 문득 네 운동화를 보게 됐어.



매번 형아한테 물려받아서 신는 운동화.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고, 신발 한 켤레만 묵묵히 신고 다니는 너.


어제는 스스로 흔들리는 이빨을 뽑았다며, 아빠한테 자랑하는 너.


용돈 받아 하리보 젤리 사러 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도 무심하게 하나 더 사 오는 너.



엄마 아빠, 힘들게 할 때도 많지만.


네 존재가 주는 1%의 사랑이 99%의 서운함을 상쇄하는 것 같아.


사랑해, 오늘 하루도 잘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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