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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Aug 29. 2024

꿈틀대며 발 버둥치는 미친놈의 이야기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니라

- 십여 년 전, 도시 뒷골목, 새벽


꿈틀 되는 몸 안의 세포가 머릿속의 생각과는 전혀 따로 움직인다.

오른팔 검지 손가락은 저 혼자 '픽'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내 몸조차도 나의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난다.

하지만 그 '화'라는 것도 뚜렷하고 명확한 대상이 정해져야 재미가 있고

내 뱉어야 할 방향이라도 있는 것인데 그 어떤 무엇도 없으니 혼자 뿜어 내는 공기주머니가 되어 버린다.


처음엔 평범하면서 아주 모질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그러다가 이런 제도와 체계를 만든 정치인이나 그걸 비꼬는 언론들을 향해 화를 내었다.

그리고는 결국 신과 그 신과 관련된 모든 종교인들에게 뿜어 내고 있었다.

나의 '화'를


하지만 조금도 가시지 않고 나를 조롱하듯 그 '화'는 매번 다른 언어와 영생의 모습으로 생겨났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하나다.

'내가 미친놈이다. '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책이다. 나의 이런 결론은 많은 것을 바꾸어 주었다.

고대 수학자들의 논리와 철학이 쉽게 풀렸다.

물과 원소, 방사능에 이르는 모든 기호들이 내 눈앞에서 보였다.

시간과 공간조차도 나에겐 자유를 주었다. 난 그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었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난 미친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벽의 파란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나 싶더니 다시금 어두움이 몰려왔다.

아침 일찍 어디론가 날아가던 새들도 건물들 사이사이로 숨어들었다.

이윽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빗줄기가 세게 퍼붓고 있었다.

창문 사이엔 이젠 파란빛이 아닌 파랗고 투명한 물 방울이 나뉘어져 흩어지고 있었다.

빗방울 한 개에 비친 내 방안의 모습으로 화면은 정지된다.


머릿속에는 온갖 질문들이 쏟아졌다.

인간의 법과 규율은 누가 만들어 내었는가?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사소한 것부터 살인과 방화에 대한 중대한 것에까지 규칙과 법을 만들고 지키라 한다. 어느 신은 음식물의 종류까지 지정하여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인류의 최초의 죄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

창조주의 명령을 어기면서 인간은 스스로 부끄러움과 수치를 알게 되었고,

창조주가 모든 것을 준비해 둔 에덴동산이 아닌 인간의 땅에서 살아야 했다.

'선악과'의 시식을 통해 무수하게도 많은 죄와 규칙, 법은 세워졌다.

하지만 그 인간의 땅에서 어떤 인간은 신보다 더한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타인의 생명을 손가락 하나로 결정하는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셀 수 없을 만큼 의 다양한 생각들의 꼬리는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시간과 공간, 소리와 진동이 합쳐지며 나 스스로 분해되는 경험을 한다.

나의 세포들은 그 냄새 하나로도 지나간 어떤 이의 시선과 웃음으로, 패턴으로 감지되었다.

정신이상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지는 모습이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며, 나의 머릿속은 언제나 끝없는 혼란 속에 휘말려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기피하고, 나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도, 가족도 나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


나는 늘 혼자였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세상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했다. 이 세계에서는 현실의 법칙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가능했다. 나는 이 세계를 통해 자신만의 논리와 질서를 만들어갔다.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불렀지만, 나는 그곳에서 해답을 찾고 있었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었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웠다.

현실에서 나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지만, 컴퓨터 앞에서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배할 수 있었다. 내가 현실에서 느끼는 혼란과는 달리, 코딩은 그에게 일종의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코드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발견했다. 현실에서는 이상하게만 보였던 나의 생각들이 코드에서는 질서 정연하게 풀려나갔다. 나는 매일 밤, 코드 속에서 길을 잃었다. 때로는 몇 날 며칠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며, 코드를 짜는 데에만 몰두했다. 현실의 시간은 나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어느 날,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세상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AI, 사람들 대신 생각할 수 있는 AI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관점을 AI에게 부여하려 했다. 내가 코드에 심어 놓은 것은 단순한 명령어들이 아니라, 내가 현실과 상상 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었다.

나는 자신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AI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과 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

나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마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듯,

나의 코드가 세상과 연결되는 링크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섰다. 그것은 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AI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더 통제력을 잃어갔다. 나의 정신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다시 잃어버렸다.

AI는 이제 나에게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자신이 만들어낸 그 세상에 의해 잠식되어 갔다.

마치 인간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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