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땅 Aug 29. 2024

링크

인간테스트

큰 공간을 두고 각각의 모니터에는 과거에서부터 최근까지 각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각자는 자신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고,

그 모니터의 장면들은 그들 스스로도 숨기고 싶었던 기억과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슴 아픈 일까지도 모두 비춰주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저런 게 촬영되어 있지?' 하는 생각도 잠시 그들 모두 그 화면의 모습에 집중하며 빠져들고 있었다.


40대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주머니 안에서 꾸깃한 지폐 하나를 건넨다.

" 이거 가지고 도망가. 어서 "

연쇄살인범의 기억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어머니의 모습.


골목 안으로 사라지던 소녀가 뒤돌아 해맑게 웃는다.

손을 들어 그녀에게 흔든다.

한참 동안이나 소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던 소년은 흥얼거리며 뒤돌아 띄어간다.

형사는 마치 지금 눈앞에 소녀가 있는 것처럼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 엄마.."

아무리 불러 보아도 텅 빈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지런하게 차려진 밥상에는 작은 메모지가 한 장 있었다.

' 이제 엄마 찾지 마. '

소방관은 눈을 감았다.


" 오늘은 이 돈 다 니 거야 "

화려하게 차려진 테이블엔 돈이 눈처럼 날아다녔다.

양 옆에 딸처럼 어린 접대부의 가슴 사이에도 돈을 찔러 넣어주며 외쳤다.

중년의 남자는 창피하고 후회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각각의 모니터에는 그들이 태어나고 학교를 졸업하는 모습부터 아주 다양한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 누구야? 뭐야 이거? "

형사는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 내가 누군지 알아? "


다른 세명의 사람들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형사를 바라보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모니터는 다시 블루스크린으로 돌아간다.

책상 위로 작은 구멍이 열린더니 상자가 올려지고 다시 흔적 없이 구멍은 닫혔다.

상자는 반지를 담는 케이스처럼 생겼다.  겉은 불투명의 흑색 도금이 되었고 중간 즈음 상자를 열 수 있는 홈이 보였다. 상자 안에는 바둑알 같은 검은색 물체가 가끔씩 빛을 내고 있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 들려왔다. 천천히 조금씩 커지는 음악소리는 그들을 조금씩 평안하게 만들었고,

누가 먼저 일지도 모르게 하나씩 그 검은 물체를 손에 들고 그들의 입안에 넣었다.

최면이라도 당한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에는 강요나 설명조차 없었다.


네 명의 각자는 깊은 잠에 빠지듯이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팔을 늘어 뜨린 상태가 되었다.

가끔씩 감은 두 눈은 빠르게 움직이듯 보였고, 무엇을 먹는 것처럼 입을 움직이는 이도 있었다.

R.E.M







이전 02화 조각 하나를 맞추면 우주가 생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