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주제 - 우리의 운동 (문병규)

by 부산물고기

세번째 이야기 – 아빠의 운동

2021년 4월 29일 / 마감을 하루 놓침.. 운동이야기라 Cass ‘라이트’마시며

문병규


“숨이 가쁠 정도의 운동을 30분이상씩 매주 3회는 하세요”

건강 검진을 받으면 의사 선생님들이 늘상 하시는 말씀이다.


비단 그 분들이 아니더라도, 피하기 힘들 정도로 온갖 매체와 사람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꽤나 익숙하다. 모두가 강조하는 ‘운동’. 그러나 이 세상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운동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아빠의 운동’이다. 여기서 ‘아빠의 운동’에는 순수하게 운동만이 포함되어 있으며, 운동 이후의 뒷풀이 술자리 등은 빠져있음을 미리 말한다. 그거 이미 운동이 아닌 사치의 영역이니까.


아빠의 운동이 환영 받지 못하는 이유는 첫번째 주제 아빠의 육아에서 이미 어느 정도 말한 것 같다. 비록 그것이 정말 건강, 자기계발, 관리 의 목적이 있더라도 안타깝게도 ‘아빠의 운동 = 아빠의 부재’이다. “운동 좀 다녀올게.” 라는 말에 “너는 좋겠다.” 라는 대답이 오면 “나는 일이 있지만 너는 빨리 퇴근해” 라는 팀장님 말을 들을 때만큼이나 발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골프, 축구, 농구, 카트 레이싱.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만 둬야 했던 운동들이다.


그리고 지금 유일하게 하나 남은 것이 ‘아이스하키’ 이다.


아이스하키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다. 스케이트, 스틱이 나와 일체감을 이루면서 내 발과 내 손으로는 낼 수 없는 속도와 힘을 끌어내어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성취감은 어디 비할 데가 없다. 이런 재미에 단체 구기운동이 주는 특유의 소속감까지 더해지니 쉽게 떨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나름의 멋이 있다. 무장을 모두 갖추고 스틱을 들고 선 모습을 보면 자기애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나인데도 꽤나 만족스럽다.


헌데 이런 아이스하키에는 다른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주로 하키를 타는 시간은 주중 23:30~01:00 / 주말 07:00~08:30 이다. 보통 이 시간에 운동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에 운동이 되냐고 묻는다. 하지만 저 시간들을 잘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애가 자고 있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나는 애가 잠든 후나 애가 깨기 전에 운동을 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냐 하면 내가 운동을 하느냐 못하느냐 에서 ‘와이프의 허락, 동의, 인정’ 이란 변수를 최소화 했을 말한다.


아이스하키는 앞서 말했듯 그 자체로 정말 매력적이고 즐겁고 대체 불가한 재미를 선사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그에 더불어 아이스하키는 ‘심야 혹은 새벽 빙상장 대관’ 이란 현실적인 조건 덕분에(?) 가족의 반대를 무릎 쓰고 나갈 일이 적고, 내가 운동을 하면서도 가정적인 남편이게끔 해주는 그런 고마운 운동이다. 그러니 “그 시간에 운동이 되요?” 라는 다른 이들에 대한 내 대답은 “그 시간에 운동 하는게 마음이 편해요” 이다. 물론, 전제는 심야 하키 후 편의점 수다 or 조간 운동 후 아침 국밥 한 그릇을 안 했을 때 이야기다.


다행인 점은 아이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아빠의 운동은 확실히 편해진다. 아내는 오히려 야식을 먹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나를 걱정해 준다. 코로나로 심야 운동, 단체 운동이 어려워진 지금은 잠시 하키를 내려두고 스키 강사 자격증 이란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자기 계발을 이랍시고 저녁에 나가는 남편을 응원을 해주는 아내에 지금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현석이는 이 주제를 꺼내며 답도 함께 말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그리고 정말 그렇다. 아이가 크고 부모의 역할이 바뀜에 따라 ‘아빠의 운동’은 조금씩 권장 사항으로 내게 돌아오고 있다.


오늘도 어떻게 운동 한 번 나가보자고 집에서 열심히 아빠 남편 노릇을 하며 소위 착한 아빠 원기옥을 모으고 있을 아빠들. 거절 당할까 걱정하며 “여보야 나 운동 다녀와도 되?” 조심스레 원기옥을 던져보려는 아빠들. 비록 지금은 때때로 하고 싶은 활동이 차단되고 그 아쉬움과 섭섭함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의 이 운동이 그리고 그로 인해 건강해진 나의 모습이, (영양 과잉 말고…) 가족들에게도 환영 받는 ‘멋진 아빠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날을 그려보며 다시 한 번 운동 짐을 싸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이는 어떻게 이렇게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