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주제 - 우리의 운동 (한지섭)

by 부산물고기

세번째 이야기 – 아빠의 운동
2021년 4월 27일 / 윤종신을 들으며/ 사무엘아담스를 마시며/


이번 주제 '아빠의 운동'은 글이 참 안 써진다. 너무 글이 안 써져서 아이를 낮잠 재우고 나서 일부로 술기운을 빌리기 위해서 맥주 한 병을 마신다. 분명 한국에서 생활을 할 때는 이것에 대해 할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몇 번이나 글을 썼다, 지웠다 를 반복 하였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아이가 처음 곁으로 왔을 때, 들었던 수많은 생각 중 하나가 '아... 나 배드민턴은 갈 수 있을까?' 였다.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고, 나 없는 시간 혼자 아이를 돌볼 때의 힘듦을 생각 하면서도 혹시나 아내가 내가 운동을 가는 걸 못하게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때는 그랬다.


물론 아내는 내가 운동을 가는 것에 대해서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눈치를 보던 나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배드민턴 클럽을 그만두고 새벽 수영으로 운동의 종목을 바꿨다. 그때는 가끔 눈치 주는 아내가 야속 하기도 했다. 다른 걸 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퇴근 하고 운동을 잠시 가는 건데… 그 시간이 그리도 힘들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내가 운동 하는 만큼, 본인도 나에게 애를 맡기고 운동을 하면 될 텐데-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나 혼자 애를 볼 수 있는데 왜 아내는 그러지 않을까- 이해를 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물론 내가 새벽 수영을 하면서 복직을 한 아내는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혼자 하여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이해'는 철저히 그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 행동이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그건 오로지 나의 '기준'일 뿐이다. ‘왜 이해를 하지 못하지?’ 가 아니라 ‘우리 아내는 어떤 생각일까?’ 부터 충분히 공감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 관계에 있어서 '이해'를 바랄 때는 항상 나의 '기준'에서 상대방의 행동을 생각하고 평가 하게 되고, 나의 기준과는 다른 행동 결과가 나오게 되면 항상 '왜 이런것도 이해해주지 못하지' 라고 상대방을 원망하게 된다.


그래서 '공감'과 '이해'는 힘들다.


어떻게 상대방을 전부 다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겠는가?

또 나만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또 은근 상대방은 그걸 안해주는 거 같아서 섭섭하기 까지 하다. 그것이 부부 관계라면 더 그렇다. 매일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 아이의 인생을 함께 만들어 줘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 무조건 상대방에 대해서 '공감' 하고 '이해' 하다 보면 그 한쪽이 쉽게 지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아이와 있었는데 퇴근을 한 남편이 운동을 한다고 신나서 쫄레쫄레 나가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였을 리가 없다. 남편의 건강과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하루 종일 서로 떨어져 있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와 셋이 보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다. 또 잠시라도 아이를 더 봐줬으면 했을 것이다. 나에겐 그저 몇시간의 운동이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기다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일 수 있다.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운동을 안보내 준다고 입술이 삐죽 나온 남편을 보며 얼마나 얄미웠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요즘도 매일 새벽 네시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동네를 돌 때도 있고, 헬스 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고 수영을 할 때도 있다. 그렇게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며 오늘 아내와 아이에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뭘 해줄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오늘은 아이와 아내에게 조금 더 나은 아빠가, 또 남편이 되어 야지 다짐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의 나는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여유가 생겼고, 또 저녁에 술자리가 없어서 새벽에 쉽게 일어나져 운동을 가기가 한결 수월 해졌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여유가 생기고, 또 내가 운동을 하는게 편해지니 아내에게 조금 더 '공감'하게 되고 아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그릇이 딱 그정도란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번째 주제 - 우리의 운동 (서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