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솔이는 방귀를 가리지 않는다.
아무 때나 편안히 방귀를 뀐다.
방귀를 뀔 뿐만 아니라 그 사실 자체를 자랑스러워한다.
그건 아무래도 방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다.
우리는 솔이가 방귀를 뀔 때마다 '잘했어. 솔이 최고야 최고!'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러면 저도 '방귀를 잘 뀌어야지? 방귀 안 뀌면 병원 가야지? 배에 가스가 차면...죽지는 않지만 쓰러지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난 명절 때였을 것이다.
식구들이 모두 모여있는데 솔이가 갑자기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내가 물었다.
"솔이 왜 그래? 응아 마려워?"
평소 약간 변비가 있는 솔이였기에 참지 말라는 의미로 내가 그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솔이가
"그게 아니고. 방귀가 나올 것 같아."
"응? 그래? 그럼 뀌면 되지 뭐. 뭣이 문제야?"
그러자 솔이가 대꾸했다.
"으응, 그런데 여기 애기가 있어서 여기서 방귀를 뀌면 안될 것 같아."
아직 어린 사촌 동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디 구석에 가서 뀌려는 듯 솔이가 일어서는 순간 그만 뿌웅 하고 방귀가 나오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솔이가 방귀를 의식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늘 방귀 앞에서 자신만만하더니
사실은 내적으로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집에서만 편안히 방귀를 뀌었던 것이다.
그 날 이후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솔이도 의식의 세계로 조금씩 편입된다는 사실이.
의식은 각성이기도 하지만 굴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