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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시현 May 11. 2020

이 불경한 탄식

그 전날에도 차 안에서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의 인지 영역 밖에서 내 영은 성령과 교통하고 있었다. 그 미세한 일렁임이 설핏 전해지기도 했지만, 나는 버거운 숙제를 미루는 마음 같은 것으로 붙잡지 않았다.

 

성령 하나님은 늘 그렇듯이 그분의 시간대로 움직이셨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꼿꼿이 일어나 앉게 되었다. 한 줄기 햇빛이 내게 쏟아졌고, 눈이 부셨다.

햇빛이 외부에서 쏟아졌는지 내 안에서 쏟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동시에 충만함과 기쁨이 내 안 깊은 곳에서부터 차 올랐다.     

비로소 성령의 메시지가 내게 인지되었다.    

    

좋은 을 주겠다....


좋은 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암튼 좋은 을 주신다 하셨다.


그 순간 내집요함이 있었다면 더 구체적인 뜻을 알 수 있었을까...? 성령께서는 그분의 뜻을 더 한정해서 보여주셨을까...? 그랬다면 나는 어리석은 죄를 짓지 않을 수 있었을까....?     


믿음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 보인다면 굳이 믿음이 필요하지 않다.

믿음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자에게 필수적인 덕목이지만, 믿음이 필요 없는 순간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하나님을 향한 더 큰 믿음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그 순간 역시 그래서, 나는 좋은 을 주실 것이라 믿은 게 아니라 단순히 ‘안’ 것이었다.      

문제는 그 ‘앎’에 번번이 붙는 물음표다.     

 

이미 안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것’이 내게 왔다.   


강좌를 맡고 있는 신도시 주민자치센터에서 2분기 수강생을 모집하는 중이었다. 1분기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무실 실장님이 유난히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선생님 수업이 제일 먼저 마감되었어요. 대기자가 많아서 정원을 늘렸는데, 그것도 마감되었어요.”

자신의 일처럼 뿌듯해하는 실장님을 보며, 나는 갑자기 켜진 전등불 아래 드러난 물체 확인하듯 밝음 아래 나타난 ‘좋은 것’의 실체와 마주했다.


이거였구나! 동시에 내 안에서 부지불식 올라오는 소리,

에걔걔... 

오 주여, 저를 어찌합니까? 분명 기쁘고 반가웠지만, ‘애걔걔’ 역시 나였다.    

  

주민자체센터는 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위해 강좌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주민편의가 목적인 만큼 강좌 역시 철저히 그렇게 진행되었다. 강사 입장에서는 실익이 그리 크지 않은 수업이라는 뜻이다.

요구사항이 많고 강의의 질도 지켜야 하지만 강사료는 턱없이 낮았다. 정원이 다 찬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강좌가 정원이 차고, 조기 마감까지 됐다면 강사는 당연히 기쁘고 뿌듯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것을 그리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령께서 실체적으로 오셔서 굳이 말씀까지 해주신 거라면, 내 인생에서 홍해가 갈라지정도는 아니라도 무언가 한 획을 그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강좌를 열거나, 아이가 의대에 합격하거나... 그 정도...(저의 속됨을 용서하소서!)

주민센터 강좌 조기마감은 아무래도 아니었다.      


나의 속됨에 대해서, 주신 것에 감사하지 않음에 대해서, 애통함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의지적으로 회개를 했다.      


조기 마감된 강좌는 다른 강좌들처럼 평범하게 끝났고, 내 인생에 한 획 그어지지 않았다.


내가 감사로 선물을 받았다면 그 강좌를 계기로 더 좋은 일들이 있었을까? 내가 감사로 받지 않아서 더 큰 결실을 맺지 못한 걸까? 많은 생각이 들지만 어느 하나 답을 는 못했다.      


 ‘좋은 것’을 주시겠다 굳이 말씀하셨습니까?


사실 내게 중요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는 바로 그 사실이고, 그 사실에 더 감사하다.


그렇다고 의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목록에 이것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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