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by 심시현

쓰는 사람’

문학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옷 벗기다’라고 한다. 어떤 장르의 문학이든 문학에는 ‘자기 고백’이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문학이라는 부담스러운 단어를 빼고 ‘글’로 통칭해도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특수한 장르의 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에는 일정 부분 ‘자기 고백’이 들어간다.


이 ‘자기 고백’은 몹시 거북하기도 하지만, ‘글쓰기’가 갖고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힐링 글쓰기’는 ‘고백’을 방해하는 방어기제, 허위의식, 두려움 등을 깨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마침내 ‘고백’에 이르게 되는데, 자기 고백이 강할수록, 다시 말하면 정직할수록 치유의 능력은 커진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어린 시절의 가난, 학대, 성추행 등을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이들을 보는 것은 그것만으로 감동이었다.


이런 특별한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심지어는 글을 쓰는 본인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글은 자기 위로, 치유, 회복의 능력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위선 없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잡념 없이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무용수가 춤을 출 때, 요리사가 요리를 할 때, 어부가 고기를 잡을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난중일기는 후세에도 가치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 본인에게 차분히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줬을 것이다. 난설헌은 서럽고 모진 세월을 글로 토해내며 견디었다.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귀향 가서 좋은 작품을 썼다. 글은 귀향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었을 것이다.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힘을 주고, 나아가 자기 성찰을 통해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삶이 버겁거나 외부에서 오는 위로가 부족하다면 더더욱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형식 따위에 구애받음 없이....




읽는 사람’

어떤 ‘읽기’는 감동을 주고 어떤 ‘읽기’는 지식과 정보를 준다. 그리고 어떤 ‘읽기’는 삶의 지침을 주고 가치관까지 바꿔놓는다. 이런 읽기, 다시 말해 독서의 순기능을 알기 때문에 어른들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책을 읽으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정서적으로 우리는 독서에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다. 그래서 책이라면 일단 호의를 갖고 독서는 무조건적인 장점으로 본다. 책은 지식인의 전유물이고, 공부가 보이지 않는 천정을 뚫고 올라갈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는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독서의 전부는 아니다. ‘읽기’는 지은이에게 여러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쓰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읽을거리가 널려 있는 세대다,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손 안의 핸드폰만 열어도 읽을거리가 수두룩하다. 이것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정된 시간, 소중한 재원으로 읽어야 한다면 확실히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다.


쓴 사람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다고 ‘나’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같은 처지에서 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 가난한 게 아니구나, 나만 학대받은 게 아니구나, 하는 ‘고통의 연대감’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위로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내게 정말 이런 ‘위로’가 필요할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친구가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는 데 분개한다면, 나의 시간과 재원을 쓰면서 굳이 글쓴이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필요가 없다.


독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기적이 되어야 한다. ‘킬링 타임’을 마음먹은 게 아니라면, 잘 모르는 저자보다는 ‘나’를 믿고 글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몇 년 후 사라질 글보다는 한 세대를 지나 이미 평가가 완료된 글이 좋고, ‘000의 손자병법’, ‘000의 공자’보다는 ‘손자병법’ ‘공자’를 읽어야 한다.

글을 읽고 난 후 ‘내가 얻을 소득’을 계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부모는 어린 자녀가 자신보다 좀 더 나은 아이와 친구 되기를 원한다. 부모의 이기심의 발로겠지만, 독서에는 부모님 말씀이 답이다


나의 지식, 경험, 정서... 보다 나은 글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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