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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 Jan 19. 2022

Live Another Sol!

앤디 위어, 『마션』

이 글은 책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sol

솔. 화성의 태양일. 24시간 39분 35.244초.

[출처]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ekw000155562&q=sol




[BGM] Donna Summer - Hot Stuff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작가 앤디 위어는 글을 재밌게 쓴다.

2) 멍청하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

3) 똑똑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화성에서 나는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쓸모없는 고민이다. 나는 우주인으로 선발될 만큼 똑똑하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주인들은 모두 2~3가지 분야의 전문가이고, 체력도 정신력도 남다르다. 그러니 나는 박사가 되기 전까지 당분간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근육이 너무 늘지만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주인공 마크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로서 다져온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화성에서 1년 넘게 생존한다. 때로는 대체 그가 뭘 어떻게 한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정 어려운 부분은 작가가 알아서 편집해주어서 순조롭게 읽었다.


나는 나사에 내가 한 일을 보고했다. 우리의 대화는 (쉽게 바꿔보면) 다음과 같았다.

나: 뜯어서 문제를 찾아 고쳤습니다.
나사: 미친놈.

앤디 위어, 『마션』,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2021), 232면






솔직히 사람이 1년 넘게 세상에 혼자 있으면 과연 제정신일지 의심이 간다. 사회 속에서 학습되는 능력들이 많은 부분 파괴되지 않을까? 이는 나사의 다른 사람들도 걱정한 부분이다. 마크의 정신건강. 화성에서의 한 화성일 한 화성일은 생존을 위한 투쟁인 게 불행 중 다행이었을 수도 있다. 할 일이 많으면 잡생각이 없어지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마크의 좋은 성격이 자기 자신을 살렸다.


"저 먼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기가 온전히 혼자이고 우리 모두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벤카트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일지 기록: 61화성일째
아쿠아맨은 어떻게 고래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 고래도 포유류가 아닌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앤디 위어, 앞의 책, 98면


마크가 팀에 선발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성격에 있다고 한다. 그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유쾌한 농담을 꺼내는 좋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장담컨대 그의 유머감각은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다. 그는 화성에 홀로 남겨졌을 때 계산하고, 계획을 세우고, 다시 계산하고, 계획을 진행하고, 다시 계산하고, 계획을 수정했다. 무료할 때에는 동료들이 두고 간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무사히 동료들과 재회한 데에는, 자기 자신의 공 외에 온 우주의 노력도 있다. 지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의 동료들은 그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지 내놓았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과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쓰였다. 동료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화성으로 귀환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그렇게 했다.


나는 SF의 이런 점이 좋다. 사람을 극한의 상황, 우리가 실제로 마주치기 어려운 환경에 몰아 오히려 가장 사람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소설에는 (아주 드물게도 탐욕스러운 사람 한 명 없이) 사회를 이루고 서로를 도우려는 본성이 드러났다. 이러한 협동이 마크 화성 생존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이런 설정이 나은 면도 있다. 마크가 대체 어떻게 생존하는지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정치 싸움까지 났으면 오히려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졌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 무대는 사람 바글바글한 지구가 아니라 사람 한 명밖에 없는 화성이다.






Live Another Sol!

- 앤디 위어, 앞의 책, 408면



이 책은 친구가 군대에 있는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권하거나 선물할 때에는 상대방이 좋아할만한 걸 고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받은 책들을 보면 오히려 보낸 이를 더 닮았다. 어려서는 인터스텔라를 추천하더니 지금은 마션을 읽는 걸 보면 소나무가 따로 없다. 그 친구도 화성만큼이나 감자가 많은 동네에 있었다…. 군대도 내가 사는 곳보다 하루가 약간 더 길다. 화성처럼. 앤디 위어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책갈피 : 앤디 위어, 『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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