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낳은 슬픔

안톤 체호프, <미녀>

by LEAN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슬픔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뛰어난 미남이나 미녀를 보는 것뿐 아니라도, 훌륭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아주 멋진 경치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지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움은 이유 모를 슬픔을 낳게 한다. 체호프의 단편 <미녀>는 이러한 달콤 쌉싸름한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청소년이 할아버지와 낯선 집에 방문한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집주인은 거칠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키는 작고 땅딸막하며, 줄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인공 소년은 곧 할아버지와 집에 돌아가며 무더위와 벌레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하다. 그 집에는 여러 중년의 사내들이 함께 머무르고 있다.


그 때, 집주인의 딸이 등장한다. 완벽한 형상에 가까운 얼굴. "당신은 푸른 갈대밭이 고요한 강물에 어울리듯 그녀의 검은 곱슬머리와 우수 어린 시선을 가져야만 된다고 믿게 될 것이다. 마샤의 하얀 목과 젊은 가슴은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지만 막상 이를 조각할 수 있으려면 엄청난 창조적 재능을 소유해야만 하리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주인공은 하루 동안의 노곤함이 바람에 씻겨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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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주인공이 느낀 미묘한 감정은 욕망도, 열정도 아닌, 달콤하면서 괴로운 슬픔이었다. "우리들 네 사람 모두가 인생에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렸으며 이제는 그것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르메니아 처녀가 가진 아름다움은 불필요하며, 우연적인 것으로, 그 처녀는 언제까지나 여기에서 차를 따르고 농장 일을 하며 분주히 지낼 것이다. 그 무한한 아름다움은 잘못 떨어진 혜성처럼 곧 사라질 것이었다.


그 후, 주인공이 만난 다른 미녀는 성인이 된 후 기차에서 보게 된 여인이었다. 기차역에 사람들이 마치 한 칸에 유명인인 타고 있는 것처럼 그 앞에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주인공은 호기심이 돋아 자기도 함께 그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안에는 러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타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르메니아 처녀와는 달리 전통적인 미인상은 아니었지만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아양을 떠는 독특한 방식인지 아니면 가까운 사이여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그녀의 눈은 윙크하듯 가늘게 좁혀져 있었으며, 코는 약간 들창코인 데다가, 입은 작았으며, 옆에서 본 얼굴은 윤곽이 희미했고, 어깨는 나이에 맞지 않게 좁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무척 신비로웠으며, 주인공은 러시아적 얼굴이 아름다워 보이려면 반드시 완벽한 외모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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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또 다시 슬픔을 느낀다.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녀를 곧 떠나보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숨을 내쉰다. 그건 그녀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질투를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각박한 본인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주저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유 모를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그건 여인의 아름다움이 찰나처럼 스러질 것이며 젊음과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안타까움에 여러 사람들은 비통함을 삼키며 열차에 천천히 올라탔다.




때로 엉뚱한 곳에서 대단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마치 숨은 보석을 발견했을 때처럼. 여행지에서, 카페에서, 산책로에서. 그럴 때면 놀라움도 느끼지만 안타까움도 느끼게 된다. 마치 진정한 가치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꼭 외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우리의 타고난 재능도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곧 소멸해 버린다. 누군가가 발견해 주거나 본인이 그 가치를 드러내지 않으면 묻혀버리고 만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젊음과 생명력은 곧 사라지고 남는 것은 없어지게 된다. 마음과 이성과 감정도 곧 힘을 잃는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만이 아름다움과 재능이 살아 숨쉴 때에 그 가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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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이 보기에는 놀라운 장점인데도 스스로는 부끄러운 정도의 수준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보기에 젊음과 활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과도 같다. 젊은 시절을 풍요롭게 보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예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가진 값진 부분을 지금이라도 마음 깊은 곳 서랍 속에서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빛을 발하도록 하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다른 이들에게도 감동을 나눠주는 사람은 시간의 아련함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로이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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