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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Mar 18. 2024

로마 '진실의 입'의 진실

<코스메딘 산타 마리아 성당>의 '진실의 입'과 인근 신전들.

유명한 <진실의 입>은 ‘코스메딘 싼타 마리아 성당’ 입구 현관에 놓여 있습니다. 유명세만을 믿고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 소박한 성당 규모와 '진실의 입'을 보고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좌) 진실의 입은 (우) 코스메딘 싼타 마리아 성당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로마시내 대부분 성당들의 엄청난 화려함에 비해, 이곳은 소박하고 중후한 중세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실 이 성당은 로마에 있는 중세 성당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진실의 입'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의 얼굴을 새긴 원형 석판입니다. '진실의 입'은 중세 때 죄인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진실의 입'에 죄인의 손을 넣고, 죄인이 거짓말을 하면 손목을 자르는 것입니다. 물론 '진실의 입' 뒤에 칼을 가진 자가 숨어 있었죠. 죄의 진실여부는 심문하는 사람의 마음대로 정해집니다. 그러니 손을 자르고 마는 것은 심문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1953년, 파라마운트 픽처스) 한 장면

하지만 무시무시한 전설과는 달리 이것은 기원전 4세기 고대 로마의 하수관 뚜껑이었습니다. 이런 조각으로 하수도 뚜껑을 했던 로마의 미적 감각도 높이 살 만하죠. 1953년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의 연기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죠. 관광객들은 영화 속 장면처럼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진실에 입>에 손을 넣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선 관광객들. 한 시간 이상의 대기는 감수하셔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코스메틴 싼타 마리아 성당'은 6세기경 그리스 건축양식으로 세웠고, 11세기 노르만족의 침략 때 파괴되었다가 다시 재건된 유서 깊은 곳입니다. 이 성당은 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탑이 아름답습니다. 또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성당 바닥과 고딕양식의 발다키노(닫집)가 아름답습니다. 성당 앞 <진실의 입 광장>에는 <트리토네 분수>가 있습니다. 분수 뒤로는 <헤라클레스 신전>과 <포르투누스 신전>이 기나긴 세월을 이겨내고 나란히 서 있습니다. 신전이 있는 이곳은 고대 로마 시대 가축시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입니다. 옆으로는 떼베레 강이 흐르고 고대 로마의 첫 항구가 있던 곳입니다.     


첫 번째 신전인 <포르투누스 신전>은 어부와 항구의 수호신인 ‘포르투누스’를 위해 지어진 것입니다. 이 신전은 고대 로마의 직사각형 신전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신전 <헤라클레스 신전>은 매우 보기 드문 원형 신전입니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힘이 센 영웅으로 제우스의 아들이죠. 신전들은 보존 상태가 좋죠. 그 이유는 중세 이후 이 신전들이 교회로 바뀌어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좌) 전형적인 그리스, 로마 신전양식의 <포르투누스 신전>, (우) 원형신전의 모습을 한 <헤라클레스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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