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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it Sep 07. 2024

학교가 사라지는 논리

천년의 숲이 있는 학교에서

매일 나는 숲으로 출근한다.

학교 근처의 10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 숲


도시의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초록산들의 부드러운 곡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아직 차들이 많다. 20여분을 더 달리면 드디어  지역 특산물 모양의 거대 동상이 나타나고 읍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회전 교차로 세 개를 지나 샛길로 접어들면 푸른  논이 펼쳐지며  알지 못하는 노란 꽃들이 보일 때쯤 작은 개울 너머 산으로 둘러 쌓인 나의 직장이 보인다.


학교에서 보이는 산은 푸르다 못해 검붉다. 사이로 빛이 들어와 운동장의 아이들을 비춘다.

'생명의 아름다움은 이런 것이지 않을까'

언제 봐도 작은 생명들은 싱그럽다. 방학 동안 햇빛에 그을려 거뭇해진 얼굴로  인사를 한다.

"선생님 배고파요"

한 달 만에 만나 개학식도 안 했는데 배가 고프단다. 이게 첫인사다.

"그래 종종아 가서 빨리 우유 가져오고 우리 구운 계란 먹자"

강아지를 닮은 아이들은 매 순간 배가 고프다. 나의 하루는 아이들과 구운 계란을 먹으며 시작한다. 우리 반은 총 11명 학교에서 인원이 제일 많은 과밀(?) 학급이다. 짝이 안 맞아 어떤 놀이를 하던 내가 깍두기처럼 들어가야 한다. 인원적으니 여자 아이들이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의 머리 묶기 연습 실험체가 되어 준다.

점심을 먹고 슬며시 의자에 기대 늘어지종종이가 다시 접근한다.

"선생님 단게 땡겨요"

이 아이에게 난 선생님이 아니라 간식창고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우리 학교 도서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도착하면 몇몇은 운동장으로 또 몇몇 아이들은 도서실로 모여든다. 아침에 도서실에 가면 담당선생님이 간식을 주신다. 그래서일까 우리 반 종종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도서실에 간다. 여기저기 서로 인사하는 소리 아침의 도서실은 운동장만큼 활기차다. 그 중에 가장 크게 인사하는 사람이 담당선생님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수업이 끝나면 악기를 배우러 간다. 이곳은 전교생이 1학년 때부터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고 고학년이 되면,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다. 작은 학교지만 졸업할 쯤에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악기 한 가지를 배우고 졸업한다.(아닌 경우도 종종 있다)


가을이 되면 학교 텃밭에 심었던 고구마를 수확해 먹기 시작한다. 우리 반은 종종 운동장에서 고구마를 굽는다. 이때가 되면 고학년들의 가장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수학여행이다. 작년에는 제주도에 다녀왔고 이번 가을에는 경주로 여행을 간다. 수학여행 전 한 달간은 매일 여행 이야기를 하며 설레어하는데 막상 여행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것이다. 이곳 아이들의 소원은 마을에 편의점이 들어서는 것이다.(여행비는 아낀 학교 예산과 지역 업체의 후원을 받는다)


작은 마을에서 학교는 곧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이 유지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학교의 존재이다. 학교가 있어야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다. 이런 사랑스러운 학교들이 교육부의 경제 논리에 의해 하나 둘 폐교되고 있다. 어리석은 논리이다. 방법도 참 별로다. 학교 정원에서 전담교사나 교감자리를 없애고 교사들이 하는 일을 늘려 힘들게 만든다. 교육청 행정과 사람들이 학부모들을 불러 놓고 폐교 시 제공되는 재정지원으로 부모들을 살살 꼬신다. 그런 다음에는 폐교 짜잔, 그렇게 되면 그 마을은 점차 죽어간다. 아이들이 태어나지도 않고 있던 아이들도 도시로 떠나간다.


위기를 감지한 지역 관공서는 말도 안 되는 지역 축제를 열고 사용하지도 않는 시설을 만들며 돈을  쏟아붓지만 학교가 없는 시골마을은 결국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다.


어리석은 경제논리이다. 똑똑한 바보들 몇몇이 학교와 마을과 교육을 망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gxFLY8RSk4 유튜브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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