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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온전함

하루의 시작

by 문화


눈을 떠, 침대에 누운 채 창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쉰다. 밤새 가득 찬 뜨뜻하고도 갑갑한 방 안의 공기에서 벗어난다. 찬 기운이 방안에 돌면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간다. 샤워기를 틀어 뜨거운 물이 나올 때까지 차가운 물에 손을 댄다. 피부에 적당히 뜨겁게 느껴지는 물이 나오면 샤워기를 거치대에 걸어 정수리부터 적신다. 마른 샤워타월을 물로 적셔 바디워시를 짜낸다. 하얀 거품으로 온몸을 닦아낸다. 샴푸를 손에 묻혀 머리에 가져다 댄다. 양손으로 두피를 문지르며 거품을 가득 낸다. 샤워기로 정수리부터 발 끝까지 씻어낸다. 린스를 손에 짜내고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이에 문지른다. 입 안 가득한 거품을 뱉어내고 물로 헹구어내니 상쾌하다. 다시 샤워기를 들어 미끌미끌한 린스를 씻어낸다. 연기가 자욱한 욕실, 마른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의 물기를 닦아낸다.


욕실에서 나가자 몸의 열기가 사라져간다. 스킨과 로션으로 피부를 촉촉하게 적신다. 옷장에서 새 잠옷을 꺼내자 시원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난다. 퍼석하고 차가운 순면이 피부에 닿았다 떨어진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머그컵에 붓는다. 손잡이를 잡고 벌컥벌컥 목구멍으로 삼킨다. 개운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낸다. 유리컵에 달그락, 얼음을 가득 채운다. 커피 추출구에 컵을 놓고 작동버튼을 누른다. 방으로 가 드라이기를 들고 뜨거운 열기로 머리를 말린다. 머신 진동음은 드라이기 작동 소리에 묻힌다. 따뜻한 열기가 남은 머리를 빗어 넘기고 머신 쪽으로 다가간다. 커피 향이 피어오르고 입에 잔을 댄다. 차가운 얼음이 입술에 살짝 닿으며 씁쓸하고 고소한 아메리카노에 다시 깨어나듯 생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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